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전면 거부했다. 박 대통령의 법률대리인 유영하 변호사는 지난 20일 검찰의 '최순실 게이트' 수사결과 발표에 대해 "중립적인 특검의 엄격한 수사와 증거를 따지는 법정에서는 한 줄기 바람에도 허물어지고 말 그야말로 사상누각"이라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또 "검찰 수사결과 발표를 보면 증거를 엄밀히 따져 보지도 않고 상상과 추측을 거듭한 뒤 그에 근거해 자신들이 바라는 환상의 집을 지은 것"이라고도 했다. 국민들 가운데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의 말을 믿을 수 있을까. 대통령은 두 번째 대국민 담화에서 검찰수사에 성실하게 응하고 특검도 수용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조사를 거부했고 수사 결과에 대해 철저하게 폄하했다.  대통령의 말은 '천금'과도 같아야 한다. 대통령이 한 말은 곧 국가의 방향이고 국정의 지침이다. 그리고 자신이 한 말에 대해 책임과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겠다고 수도 없이 말한 박근혜 대통령은 며칠 지나지 않아 정면에서 뒤집었다. 수사 결과로 따지자면 두 번의 대국민 담화에서 다수의 해명이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 정도라면 대통령으로서의 도덕성과 신뢰마저 모두 추락되고 말았다. 자신이 한 말이 땅에 떨어져 식기도 전에 반대의 말을 했고, 설마 자신의 범법행위가 밝혀질까 상상하며 했던 말이 거짓으로 드러나 버렸다. 우리는 지금 '피의자' 대통령 체제에 살라가는 불행한 국민으로 전락해버리고 말았다. 5천년 역사상 이처럼 참담하고 불운한 시대가 있었던가. 오는 주말인 26일 서울광장은 사상 최고의 촛불이 켜질 전망이다. 여기에 대해 청와대는 또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버티기에 들어간 청와대가 국민들의 마음속에 이미 탄핵 당해버린 대통령을 어떻게 지켜낼 것이며 대통령은 또 어떤 제스쳐를 취할지 마치 대통령이 그렇게 좋아한다는 연속극을 보는 듯하다. 이제 이 혼란에서 제발 빨리 벗어나고 싶다. 이 혼란을 끝낼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대통령의 결단뿐이다. 이상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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