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관광도시에는 역사유물도 있지만 자연이 만든 명소를 적극적으로 개발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컨대 인도 라자스탄의 자이살메르라는 오아시스 도시는 수백년 된 자이살메르성이라는 엄청난 유적을 가지고 있으면서 불과 20km 인근에 있는 타르사막을 최대한으로 관광상품으로 활용한다. 자이살메르성은 전 세계의 무수한 고성들 가운데 유일하게 성 안에 사람들이 실제로 살고 있는 성이라는 점에서 매우 생동감이 있다. 여행자들은 그 성 안의 오래된 집들과 사원들을 돌아보고 성벽에서 자이살메르 시가지를 내려다 본다. 거기에 타르사막 투어를 확실하게 활용한다. 두 가지 방법이다. 하나는 '삼샘듄'이라는 사구로 이뤄진 사막 마을을 낙타를 타고 사파리하는 상품을 개발했고, '쿠리'라는 사막 속 전형적인 유목민 마을을 둘러보는 원주민 생활탐험 상품도 내놨다. 자이살메르를 방문하는 여행자들은 시가지 한가운데 있는 성을 걸어보는 재미도 느끼지만 타르사막을 경험하는 색다른 재미도 느낀다. 만약 자이살메르가 성 하나만 덜렁 상품으로 홍보하고 내놨다면 라자스탄의 대표적인 여행지로 떠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성 투어보다 낙타 사파리 투어가 훨씬 더 경제적인 이득을 누리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경주는 신라 천년의 문화유산이 즐비하다. 그러나 경주의 여행 프로그램은 신라 문화유산만 들여다보는 단조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다. 물론 남산을 오르는 산행객들이 철따라 밀려오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자연환경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여행상품을 개발하고 그것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경주와 비슷한 환경을 가진 중국의 시안도 당나라 유적을 적절하게 이용하면서도 인근의 화산(華山)과 황하를 조화롭게 활용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5세대 영화감독들이 사용했던 영화 세트장도 상품으로 개발했다. 개발할 수 있는 것들은 제대로 개발해 경제적 이득을 창출해야 한다. 그것이 창조적 행위다. 물려준 유산만 활용하는 소극적 방법은 더 이상의 발전이 없다. 이상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