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은 최근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태로 실망을 넘어 절망(絶望)하고 있다. 주말 광화문을 비롯해 전국의 촛불 든 국민들 외침은 천지를 뒤흔들 정도로 울림이 컸다. 필자도 지난 11월 5일, 1차 광화문 집회현장을 직접 나가 민심을 살펴봤다. 그들이 든 촛불과 함성에는 '이대로는 안된다'는 분명한 메시지가 담겨져 있었다. 그 현장에서 느낀 것은 '민성(民聲)'이 곧 '천성(天聲)'이라는 사실이다. 교복을 입은 중고생에서부터 지팡이를 지닌 백발의 노인에 이르기까지 현장의 목소리에는 정치에 실망한 원성(怨聲)으로 가득차 있었다. 왜, 우리 국민들 곁에는 존경받는 전직 대통령이 없을까? 지금의 박근혜 대통령조차도 '제왕적 대통령제'의 재앙을 피해가지 못하고 헌정위기를 맞고 있다. 광화문에서 외친 국민들의 외침과 촛불은 바로 '개헌(改憲)'이라는 숙제를 던진 것이다. 현행 5년 단임제 헌법으로는 되풀이되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막을 수 없다. 지금 이대로 가면 차기 대통령도 지금까지의 전직 대통령들의 불행한 운명과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지금의 헌법은 비록 87년 민주화 투쟁의 산물이기는 하나, 30년간의 시대적 변화를 담아내기에는 너무 낡았고, 빛깔도 퇴색돼 이젠 새 옷으로 갈아 입을 때가 됐다. '5년 단임제'는 모든 권한이 대통령 1인에게 집중되면서 친·인척과 측근 비리 등 권력형 비리를 싹틔우는 온상이라는 지적을 받아 왔고, 5년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책의 영속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받았다. 남북문제 등 전(前) 정부의 핵심 정책들이 현 정부에서 부정되거나 국가의 주요 핵심 아젠다가 단기대책에 급급했던 사례들을 우리가 수없이 경험했던 것도 5년 단임제 정권의 무책임성 탓이 크다고 할 것이다. 게다가 임기말이면 대통령의 정책결정이나 집행능력이 급격히 떨어져 레임덕을 초래하게 되는 등 역대 대통령들이 하나같이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꼬리표를 단 채 그 자리를 떠났다. 또다른 불행한 대통령 시대를 후손들에게 그대로 대물림 할 수는 없다. 이제 개헌은 시대적 과제가 됐다. 4년 중임제와 이원집정부제, 분권형 대통령제, 내각책임제 등 어떤 구조든 이제는 지금까지의 5년 단임제와는 다른 형태의 그림을 그려야 한다. 개헌은 국민의 기본권과 지방자치 및 지방분권 등 현행 헌법이 담아내지 못하고 있는 시대 상황을 반영하는 국민체감형 개헌이 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 16일 국회에서 '또다시 불행한 대통령을 만들것인가, 개헌합시다'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참석한 여야 의원들은 한결같이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필자도 수도권 집중을 극복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는 단순히 권력구조만 손보는 개헌이 아니라 국가경영의 틀을 완전히 바꾸는 개헌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다행히 지금 국회에는 '20대 국회 개헌추진 국회의원모임'이 구성돼 있고, 여기에는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소속 여야의원 200여명이 참여하고 있어 여야 정치권에 개헌 공감대는 충분히 형성돼 있다.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 분산과 함께 각 정파의 참여와 연대가 가능하도록 권력구조와 선거제도를 바꾸는 개헌을 통해 대한민국은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개헌은 대한민국의 근본 틀을 바꾸는 국가의 백년대계다. 개헌논의가 '국면전환용'이거나 여야의 당리당략적 접근으로 비춰지면 국론분열만 유발할 것이다. 그런 만큼 국민의 총의를 개헌안에 담아야 한다. 따라서 개헌은 어느 특정세력이 주도해서는 안된다. 여야가 내년 대선에서의 유·불리를 따져 추진되는 개헌이라면 국민적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개헌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더 이상 머뭇거릴 여유도, 이유도 없다. 이제 겨우 시동을 건 개헌논의가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개헌이 되도록 우리 정치권이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