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의회 의원들이 8일간의 일정으로 홍콩과 마카오 등지로 해외연수를 떠났다. 도대체 제정신인지 묻고 싶다. 이같이 격한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데는 몇 가지의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경주가 지진과 태풍 등 자연재해로 시민들의 삶이 피폐해져 있는데 시민들과 고통을 분담하지는 못할망정 태평스럽게 해외연수를 떠난 것은 시민의 대표답지 못한 행동이다. 그리고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몰려 국정이 전면 마비되다시피 했는데, 지방의회 의원들이 촛불을 드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지 못할지언정 혼란한 국민과 시민들을 뒤로하고 한가롭게 비행기에 올랐다는 것은 이 시국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듯한 정치인으로서는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다. 이뿐만 아니다. 아직도 지진과 태풍의 피해복구에 난감해 하는 시민들과 지진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해 불안에 떨고 있는 시민들이 다수인데, 이들 곁에 다가가 함께 복구대책을 세우고 흔들리는 감정을 차분하게 위로해야 하는 것이 의원들의 책임과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외면한 것은 시의회 의원으로서의 직무를 유기한 것이다. 그리고 해외연수 대상지를 홍콩과 마카오를 잡은 것에 대한 의구심이다. 홍콩과 마카오는 경주와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도시다. 홍콩과 마카오는 누가 뭐래도 상업과 레저, 혹은 휴양 중심 관광지다. 오래된 문화와 예술, 자연환경을 가진 도시도 아니며 마카오는 카지노 관광을 주수입으로 하는 도시이므로 경주시의회 의원들의 해외연수 성격상 전혀 부합되지 않는 도시다. 이번 해외연수가 연수 목적이 아니라 단순한 관광 목적이 아닌지 시민들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유다. 시의회 의원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이 연수를 떠난 것일까? 조그마한 양식과 양심을 가진 이라면 지금 이 시기의 연수는 절대로 호응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 것인데 이들은 무슨 심산을 가진 것일까? 이들의 해외연수에 대해 시민들의 철저한 검증이 수행돼야 한다. 그리고 만약 연수의 목적에 위배된 일이 있었다면 철저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상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