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대학들이 전에 없이 흔들리고 있다. 정치권에서 나온 강한 외풍이 몰아치면서 대학을 가만두지 않고 있다. 자칫 새로운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거론되는 지역의 대학들은 경북대, 영남대, 영진전문대다. 경북대는 대구 경북의 '기둥대학'이다. 경북대가 흔들리면 다른 대학도 약해진다는 역학관계가 있기에 어느 대학보다 우리 지역에 소중한 대학이다. 이런 대학이 과거에는 소위 SKY대 다음의 '명문대'로 이름을 날렸으나 지금은 수도권의 '중위권' 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처지로 전락됐다. 지방자치제가 도입되면서 오히려 더 퇴보해 허울뿐인 지방분권·지방자치의 대표적인 희생 사례로 꼽힌다. 갈수록 추락하는 대학을 살리기 위해 직선 총장 선거때마다 후보들은 '세계 100위권 대학 진입'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으나 300위 유지에도 힘겨워 한다(올해 세계대학랭킹센터 발표 337위, '베스트 글로벌 대학' 평가는 511위). 이런 가운데 교육부(사실상 대통령)는 지난 2014년 총장선거에서 선출된 1순위 후보자에 대해 승인을 하지 않고 있다가 지난 달 21일 2순위 후보자를 총장으로 임용했다. 이 때문에 경북대는 2년 2개월을 총장 공석상태로 보내야 했다. 1순위 총장을 임명하지 않은 데 대해 교육부는 어떤 설명도 하지 않고 있다. 1순위 후보가 대통령의 취향과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최근엔 이 후보가 청와대 모 수석의 눈 밖에 났기 때문이라는 설까지 나오고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이 정권은 단지 개인의 취향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학의 자율권을 완전히 짓밟은 '참 나쁜 사람들' 집단에 불과하다. 이런 정치 외풍으로 경북대의 안정은 아직도 요원하다. 거점 국립대가 이러면 '대표 사립대'라도 제자리를 찾아야 할 터인데 그 위상을 가진 영남대의 처지가 요즘 말이 아니다. 최근까지 영남대는 수십억원 하는 굵직굵직한 국책사업들을 잇따라 따냈다. 영남대의 연구 역량이 커지기도 했겠지만 박 대통령이 과거 이사장이었던 인연이 있어서 이런 성과를 내기가 더 쉬웠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렇게 잘 나가던 영남대가 최근들어 위상이 곤두박질하고 있다. 총장이 전격적으로 사퇴하면서 지금 새로운 총장 선임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다. 총장 사퇴는 좋은 모양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 정도의 일로 영남대가 위기를 맞은 것은 아니다. 그런데 '최순실 사태'의 직격탄이 영남대를 강타했다. 이 때문에 이 대학이 국내외적으로 인정받아온 새마을운동 연수 사업의 전망이 불투명하게 됐다. 벌써부터 야권은 이 사업에 '특혜 의혹'을 주장하며 수사까지 촉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새마을사업만 위기이면 다행일 텐데 차기 정권에서도 영남대 여전히 잘 나갈 지는 미지수다. 영진전문대의 경우 '외풍'에 따른 위기가 온 것은 아니지만 개운찮은 구설수에 한창 오르고 있다. 최순실, 정윤회 씨가 이 대학의 유치원 부원장, 시간강사 등을 지냈다는 사실이 뒤늦게 공개된 것이다. 이 때문에 이 대학이 전국 최고의 '명문' 전문대로 올라서기까지 이들의 도움이 있지 않았나 하는 추측을 자아내고 있다. 그래서 한 월간지는 공개적으로 이 대학과 최순실 씨와의 관계를 집중보도하기도 했다. 대학가에서는 특히 2014년 박 대통령이 다른 대학을 다 놔두고 유독 영진전문대를 방문한 것에 대해서도 의혹의 눈길을 보내며 그 '배경'을 궁금해 하고 있다. 이들 세 대학의 사례는 대학도 기업과 다름 없이 정치권으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 '영향'이 대학의 위기로 닥쳐올 수도 있다. 경북대처럼 의도와는 관계없이 '억울하게' 닥쳐올 수도 있는 것이고, 이화여대처럼 정치권에 줄을 대 각종 지원을 받은 반칙이 드러나면서 맞은 것일 수도 있다. 대학 사회는 당연히 이화여대 같은 경우를 경계해야 할 것이다. 이런 위기는 누가 가져오는가. 오로지 정치 지향적인 교수들이다. 가르치는 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권력으로부터의 달콤한 유혹에 빠진 순간 자신 뿐 아니라 대학, 제자들의 앞날까지 망친다는 사실을 최순실 씨가 잘 드러내 주었다. 정치의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실력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시대가 최순실 사태로 더 빨리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