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 트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지난 26일 역사상 가장 많은 국민들이 광장에 모여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장엄한 모습을 보았다. 서울에서만 150만명이, 전국적으로는 약 200만명이 모였다고 하니 집에서 TV를 보거나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동참한 국민들까지 합친다면 대다수 국민들이 이날 한 목소리로 대통령의 퇴진과 국가의 정상 발전을 염원하는 마음이 합쳐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날 광장에 모인 국민의 함성은 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였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검찰의 마지막 조사 요구에 불응하고 버티기로 나온다면 더 이상의 퇴로는 없다고 본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날씨가 눈이 내리거나 비가 내렸고 기온이 갑자기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26일의 촛불집회는 어김없이 진행됐고 더 많은 국민들이 모여 질서정연하게 평화적으로 이뤄졌다. 더구나 철벽지지를 보였던 대구지역에서도 약 2만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나섰으니 대통령이 부활할 가능성은 전무하다. 26일 촛불집회에서 가장 뭉클했던 장면은 1분 소등이었다. 8시부터 1분간 주최 측이 만든 '저항의 1분 소등' 퍼포먼스는 감동적이었다. 주최측은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오늘 대한민국은 암흑의 세상과 다르지 않다. 어둠 속에 있던 검은 권력자들이 줄줄이 드러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들은 불이 꺼진 상태에서도 '박근혜는 퇴진하라'라는 구호를 외쳤다. 서울시청광장에서 광화문까지 은하수처럼 빛나던 촛불이 일시에 꺼지고 암흑으로 변하는 순간, 우리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이렇게 어둡고 절망적이라는 생각에 빠졌었다. 그러나 1분 후 다시 촛불이 밝혀지자 우리 국민은 위대하다는 사실을 다시 실감하며 용기를 가질 수 있었다. 이날 1분 소등은 바로 동이 트기 전의 암흑을 표현한 것이다. 지금 우리는 캄캄한 절망감과 분노에 싸여 있지만 이제 곧 동이 튼다. 어둠은 빛을 이기지 못한다. 아무리 안하무인이며 후안무치한 대통령이지만 국민을 이길 수는 없다. 희망을 가지자. 이상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