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초등학교 시험지에 기가 막힌 답이 등장했다. 문제는 "대통령이 외국을 방문할 때 대통령이 할 일을 대신 맡아서 하는 사람은 누구입니까?"였다. 이 질문에 한 학생은 '최순실'이라고 답을 적었다. 더 기가 막힌 사실은 선생님의 판단이었다. 채점에서 선생님은 동그라미를 쳤다. 그리고 그 옆에 빨간 색연필 글씨로 '인정'이라고 병기했다. 어느 SNS에 올라온 이야기다. 물론 이 상황은 누군가가 조작했을 수도 있다. 온 국민이 모두 격분하고 있는 국가의 중요한 사태에 대해 초등학생인들 왜 모르겠는가. 시험지에 등장한 답은 서글프지만 우리의 초등학생이 인식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그동안 국민들 모두가 속았던 국가 운영의 진실이 양파껍질처럼 밝혀지고 있는 지금 한 초등학생의 순수한 시각으로 판단한 국가의 현실인 것이다. 그 현실이 참혹하다. 한 나라의 대통령은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는커녕 절망적 현실을 선물했다. 그리고 그 아이의 정직한 답을 오답으로 처리하지 못하는 교사의 깊은 고민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세상이 어쩌다가 이렇게 됐는지 답답할 뿐이다. 어린이들의 인식은 보이는 대로 정직하고 순수하게 나타난다. 자신의 이익이나 주변의 환경, 정치적 의도는 아예 없다. 그런 어린이들이 지금의 대한민국의 현실을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면 우리의 미래는 정말 암담하다. 누구의 책임인가? 지금의 대한민국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앞으로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이런 와중에 아직도 정부는 국정 역사교과서가 가장 균형 잡힌 역사시각으로 집필됐다고 얘기한다. 현실을 이 지경으로 몰아붙인 대통령의 강권에 의해 만들어진 국정교과서에 대해서 당장 폐기처분이라는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정부의 머뭇거림은 국민들의 분노를 역행하고 있다. 우리 어린이들이 올바른 역사관과 국가관을 가지게 만드는 방법에 모두가 뜻을 모아야 할 시기에 아직도 우리는 우왕좌왕하고 있다. 이상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