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으로서 마땅히 행하거나 지켜야할 도리인 인륜을 윤리(倫理)라 하고, 그것에 준하는 행위를 도덕(道德)이라 한다. 제일 먼저 평가되는 것이 사람이 만나거나 헤어질 때에 공경의 뜻으로 예의를 나타내는 인사(人事)가 윤리와 도덕의 시작이라 하겠다. 성인들의 말씀가운데 예의를 갖추어 인사를 잘하는 것이 곧 자기의 자랑이라 했다. 러시아 문호 톨스토이는 "어떠한 때고 인사는 부족한 것보다 지나친 편이 낫다."고 했다. 사마천의 '사기'에 "사람을 만나고 보냄에 있어 부귀한 자는 재물로써 하고, 지혜롭고 어진 사람은 정중한 인사로써 헤어진다"는 것이다. 말은 물론이고 인사를 예의 없이 하는 사람을 만나면 어딘가 천박스러움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문화와 풍습이 달라 인사법도 다양하지만 적어도 동방예의의 나라인 우리 민족은 인사는 상대의 인격으로 여긴다. 옛 사람은 인사(절)할 자리를 기막히게 소중히 여겨서 아니할 곳에는 죽어도 허리를 굽혀 절을 하지 않았다. 중국 송나라 때 '귀거래서'란 시를 쓴 시인 '도연명'은 인품이 곧고, 강직하기로 유명하다. 그 당시 팽택현의 지사가 된 지 80일 만에 현령자리에서 그만 둔 것은, 상관격인 '독우'가 팽택에 온다고 온 관내가 떠들썩하고 분주히 굴며, 고관들이 말하기를 지사님께서도 중도에까지 나가서 맞아 들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섯 가마니의 녹봉(월급)에 팔려 일개 독우에게 어찌 허리를 굽힌단 말이냐!"하고 지사의 자리를 사직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귀거래사를 지어 자기 회포를 달래고 일생을 은거했다. 사람들 사이에 인사하는 예법에서 서로의 관계를 잘 파악할 수 있다. 요새 사람들은 아첨이 늘어서 굽히기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인사 잘해서 성공한 사람도 많다고 한다. 크게 나무랄 일도 아닌 성 싶다. 그러나 인사나 예의는 자의적인 것이라 강요하거나 강제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교육의 한 분야에서 바르게 선도하고 요령을 훈육하는 것도 지나친 것은 결코 아니다. '예의에는 매력도 있고, 이익도 많다'는 말에 적극 동의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교육학자 에머슨은 "예의는 법률보다 위대하며 섬세한 예절은 아무도 침해할 수 없는 방어벽이며, 인생은 짧다. 그렇다고 예의를 지킬 시간과 실천할 정도의 시간은 충분하다"고 했다. 지구촌에는 70억 이상의 인구가 살며 천개의 언어가 있고 백개의 문자가 있으며 예절, 문화, 풍습, 용모, 교육도 다양하고 생활방식도 다 다르다. 일본을 방문한 여행객들의 한결같은 인식은 일본인은 친절, 정직, 검소하고 근면하며 인사를 제일 잘 하는 민족으로 알고 있다. 배우는데 경비가 드는 것이 아니라 장점이라 생각하면 배울만하다는 평이다. 예의가 없고 인사성이나 버릇이 없는 사람이란 터무니없이 자만심만 커서 상대편 알기를 무시하는 파렴치한 사람이다. 사람들 사이에 하찮은 일로 여겨 예법을 천대하지만 선인과 악인의 구별이 예절을 알고, 모르고에 의해 결정되는 일이 허다하다. 정성이 깃든 예의는 정다움과 사랑스러움이 느껴지며 예의 바른 행동-그것은 고귀한 성품의 최종적인 완성의 꽃이며, 그것을 지키는 예행은 자기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다.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살아온 과거사와 인격적 품위를 판독할 수 있는 일기장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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