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회에서 열리고 있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에 출석해 "세월호 참사 당시 관저에서 일어난 일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당일 청와대에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는 수차례의 진술과 같은 말을 했다. 세월호 침몰 당시 대통령이 강남의 미용사를 관저로 불러 머리손질을 한 사실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다, 알지 못하는 사실이다"라고 답변했다. 그뿐만 아니라 당일 대통령이 의료진료를 받은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청와대 관저에서 일어난 일을 알지 못한다. 공식적인 일은 알지만 관저 내의 일은 모른다. 다만 그런 일이 없었다고 다들 이야기하고 있어 저도 그런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대통령이 태반주사, 백옥주사, 마늘주사 등 각종 주사를 맞았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몰랐고 자신도 그런 주사를 평생 맞아본 적이 없다고 잡아뗐다. 최순실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최순실을 본 적 없다"는 입장을 계속 견지했고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이 "김기춘 전 실장의 소개로 최순실을 만났다"고 진술한 사실에 대해서도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김 전 실장은 모두 모른다고 말했지만 국민들은 모두 알고 있다. 자신이 한 일도 모른다고 잡아떼지만 국민들은 모두 그를 의심하고 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을 지근에서 보필해야 할 비서실장 신분을 가졌던 사람이 아무 것도 모른다면 그 나라는 헛돌고 있었다. 철저하게 세월호 7시간의 의혹을 덮으려는 필사적 노력을 하고 있으며 최순실과의 연관성에 선을 긋고 있다. 김기춘 전 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오만함과 국민을 상대로 하는 기만을 꺾을 방법은 과연 없는 것일까. 지금 당장은 그들의 부인으로 사실이 밝혀지는 것이 더딜지 모르지만 역사는 밝힐 것이다. 그리고 역사는 그들을 시대의 반역자로 규정할 것이다. 그들은 당대의 호사가 행복했을지 모르지만 후대가 그들을 평가할 때 느낄 자신의 후손들의 수모를 생각할 필요도 있다. 어리석은 사람들이 분명하다. 다시는 이런 인물이 우리 역사에 등장하지 않아야 한다. 이상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