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의 날이 밝았다. 그동안 국민들은 차가운 광장에 나와 '촛불'을 밝혔다. 국민들은 탄핵과 질서 있는 퇴진도 거부했다. 즉각 '퇴진'이 유일한 답이었다. 대통령은 그런 국민들의 뜻을 마이동풍으로 여기며 3차례의 대국민 담화에서 철저하게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마치 우주에서 막 내려온 사람인양 자신은 오로지 국가와 국민들을 위해 일했고 선의에서 이뤄진 일들이 한 개인의 일탈로 이 상황에 이르렀다고 발을 뺐다. 그리고 탄핵을 준비하던 국회를 흔들어 놓기 위해 자신의 퇴진을 포함한 모든 일정을 국회에 떠넘겼다. 그것도 '개헌'이라는 회심의 카드를 숨겨 두고 말이다. 국회의 국정조사에서 이번 국정농단의 핵심적인 인물인 최순실과 우병우는 결국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또 한 사람의 핵심 인물인 김기춘은 국회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국민들을 더욱 분노케 하는 대답만 했다. 어느 한 사람도 진실 되게 국민들에게 참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런 사람들이 나라를 주물럭거렸다. 그 사이 우리 국민들은 피폐해진 살림살이에 짓눌려 신음하고 고통스러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버텨왔다. 경제와 안보, 외교는 수렁에 빠져 있었다. 대통령이라는 사람은 국민, 그것도 꽃다운 청소년들 300여명이 바닷물 속에 잠겨 있을 때 머리 손질을 하고 있었다. 손질을 마치고 나가려는 미용사를 다시 불러 부스스하게 다시 손질하라는 명령을 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 외의 시간에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입을 다물고 있다. 이런 사람에게 나라를 맡기고 있었다. 이런 사람의 손아귀에 권력을 쥐어 주었다. 그러기에 우리 국민들은 지금 반성하고 있다. 광장에서 밝힌 촛불은 어쩌면 우리 손으로 그런 대통령을 뽑은 것에 대한 반성의 촛불인지도 모른다. 탄핵의 날이 밝았다. 우리 역사는 오늘의 탄핵 결과에 따라 급변할 수 있다. 오로지 국민들이 짊어지고 나가야 할 짐이다. 그들이 누리고 국민들이 짊어져야 할 숙명이다. 역사는 또 그렇게 도도하게 흐를 것이다. 이상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