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으로 기우는 저녁 해가 기도하듯 골목길을 어루만지고 있다. 길마다 전설 같은 이야기가 새끼를 꼬듯 이어지던, 개구쟁이들 숨바꼭질 했던 하얀 웃음 뒹굴던 골목길을 찾아 나선다. 겨울얼음 풀리면 손수레 끌고 꿈을 사러 나섰던 사람들은 어디에 있을까.  아침 골목길을 비질하던 아버지를 만나고 싶고 골목길 가득 된장냄새 피우며 마실 나간 사람을 기다리던 어머니를 만나고 싶다. 긴 골목길 드나드는 사람에게 보채는 동생업고 나와 해맑은 미소를 보내던 언니가 생각나고 나지막한 돌담 넘어 도란도란 이야기 소리로 살가운 정을 느꼈던 가족들을 다시 불러 모을 수는 없을까? 따스한 햇살도 세찬 비바람도 골고루 나누어 가지던 눈물어린 골목길 인정이 그립다. 그 골목길을 찾아 지구촌을 헤매었다. 로마 골목길에는 유적유물이 미래지향적 빛을 내며 에메랄드처럼 반짝거리는 골목길에는 창문으로 도란도란 이야기소리도 들리고 빵 굽는 냄새가 내 어릴 적 골목길에 서 있는 듯 했다. 베네치아의 무지개 색 골목길에는 베니스의 상인들이 하늘의 별들을 데려와 도시전체를 간지럼 태우며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피렌체의 적벽돌 골목 골목길에서는 여행객들의 꿈을 찾는 기상나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적군으로부터 살기위해 높은 언덕에 마을을 만들었다는 쏘렌토의 골목길은 나폴리항의 푸른 물결을 흰색으로 손짓하며 흰나비처럼 나풀거리고 있었다. 어린 시절 아이스크림처럼 달달한 골목길의 추억이 생각나는 곳도 있었다. 이탈리아 시에나와 산지미냐노는 유네스코에 등재된 역사도시답게 그 골목길 또한 다양했다. 그곳은 몇 개의 유적을 골목길로 이어지도록 하여 도시전체가 12C~13C 중세의 분위기를 느끼게 만들어 놓았다.  유적보존은 과거와 현재가 함께 만들어 갈 때 역동적으로 파닥파닥 살아 숨 쉬는 것을 보았다. 영국의 코츠월드와 벨기에 겐트 및 부뤼헤 마을은 자연과 조우하며 풍경으로서의 건축물로 골목길을 만들고 있었다.  스위스의 가장 오래된 도시 시언과 시에르 그리고 도시전체가 유네스코에 등재된 베른을 갔다. 그곳은 오래된 건물에 그려져 있는 벽화가 골목길을 연결시키고 있었다. 골목길을 찾아 동유럽, 서유럽, 북유럽 등 여러 수많은 도시를 발길가는대로 머무르고 싶은 대로 추억을 더듬었다. 이러하듯 골목길은 역사 속을 걸어와서 현재진행형 미래를 열어 가고 있는 것을 보았다. 마을사람들이 구불구불 세상을 돌아서 골목길로 모여든다. 사람은 길과 길이 이어진 연결고리 따라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었고 그 길 따라 또 다른 미지의 꿈을 펼치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는 것을 영국 대영박물관의 한국관을 보며 느꼈다. 경주에도 2천년을 걸어 나와 미지의 멋진 세계로 걸어 나갈 골목길을 만들고 싶다. 자연과 생명이 어우러지듯 사람과의 만남과 소통의 공간에서 정겨운 이웃들의 웃음소리를 듣고 싶다. 통영 동피랑 마을과 부산 감천문화마을, 경주양남 읍천항등 도시마다 벽화가 주민참여 골목길로 태어나고 있다. 오래 전 옛이야기들이 색색이 곱게 치장을 하고 골목길로 돌아온다.  내가 사랑하는 골목길은 골목길 사람들이 내 놓은 재활용품 샵이 사람들을 응집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수제 창작 작품을 선보이는 바느질 공방, 직접 만든 웰빙먹거리가 골목 내음을 풍길 것이다. 장인의 구두가게, 양복점, 양장점이 새로운 유행을 창조 할 것이며, 다양한 원데이 클래스공방 등이 모여 청사초롱을 밝히면 더욱 좋을 것이다. 나는 그곳에서 꽃으로 핀 정겨운 이웃들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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