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가 정지된 박근혜 대통령이 9일 직무정지 직전에 가진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피눈물이 난다는 게 무슨 말인가 했는데 이제 어떤 말인지 알겠다"고 심경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우리 국민들과 대통령은 그동안 전혀 딴 세상에 살았다. 국민들은 팍팍한 세상살이 속에서 억울함을 당하고 부당하게 일자리에서 쫓겨날 때 수도 없이 피눈물을 흘렸다. 차가운 바다 속에 세월호와 함께 잠겨버린 사랑하는 자식을 생각하며 부모들은 매일같이 피눈물을 흘렸다. 자신은 아직 한 번도 피눈물을 흘려본 적이 없다는 말이다. 자신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총에 맞아 세상을 떠났는데도 그때마저 피눈물을 흘리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국정을 농단한 공범이면서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했고 단 한 번도 사익을 위해 일을 추구하지 않았다는 거짓말을 믿어주지 않는 국민들이 야속해 피눈물이 난다는 말이다. 아직도 풀리지 않은 수많은 의혹과 수수께끼들이 남았는데, 그것이 들통날까봐 불안해서 피눈물이 난다는 말일지도 모른다. 아무 말이나 하면 다 되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으로서 해야 할 말이 있고 감춰야 할 말이 있다. 당당하고 정직한 대통령을 국민들은 믿고 따른다. 세월호 7시간에 대해 아직도 고백하지 않고 의혹만 키우는 대통령을 연민으로 바라보는 국민들은 없다. 피눈물을 흘린다고 해서 불쌍해하고 동정하는 국민들도 없다. 오히려 그 말을 할 때가 아니라며 분노하는 국민들의 숫자가 더 많을 것이다. 장어처럼 이리저리 빠져나간 김기춘도 곧 특검에서 죄의 전모가 밝혀질 것이고 어디론가 숨어버려 현상금이 붙은 우병우도 특검을 피해가지는 못한다. 그러고 나면 대통령의 무능과 범죄행위가 더 낱낱이 밝혀질 것이다. 그때 가서도 피눈물이 날만큼 억울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모든 국민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을 자신만 모르고 있다는 어리석음에 피눈물을 흘려주기 바란다. 자신이 망쳐버린 대한민국 현대사를 향해서도 진심으로 피눈물을 흘려야 한다.이상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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