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지난 9일 직무정지 전 마지막 국무위원 간담회에서도 "피눈물이 난다는 게 무슨 말인가 했는데 이제 어떤 말인지 알겠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발언과 함께 "최순실은 '시녀' 같은 사람"이라며 "그런 사람 하나 때문에 나라가 이렇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입이 이렇게 가벼운 줄 몰랐다. '대면보고'를 꺼리고 기자들을 상대로 제대로 된 질의응답 한 번 하지 않은 대통령의 입이 이렇게 천방지축 가벼울 줄 누가 알았겠는가. 모두들 입을 굳게 다물고 선문답, 혹은 유체이탈 화법을 쓰는 대통령이 말을 최대한 아낀다고 오해하고 있었을 것이다. '최순실은 시녀 같은 사람'이라는 말은 무슨 의미를 담는 것일까. 이 말은 우선 세 차례 대국민 담화를 통해 밝힌 것처럼 '최순실 사태'를 측근의 개인 비리로 치부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대국민 담화에서 대통령은 "국정과제의 진정성까지 의심받게 돼 안타깝다"며 억울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검찰의 수사에서 이번 사태에 깊숙이 개입해 공동정범으로 결론을 내릴 여러 가지 증거 정황이 나왔음에도 끝까지 헌재의 판결과 특검의 수사에 영향을 미칠 발언을 뱉어내고 있다.  헌재와 특검이 과연 식물대통령의 발언을 귀담아 들을까? 이미 입만 열면 거짓말을 쏟아내는 대통령의 말을 신뢰하고 참고할까? 그것을 기대한다면 어리석은 대통령이다. 또 하나의 단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바로 '시녀'다. 이 시대가 어떤 시댄데 대한민국이 아직 군주제 국가이며 자신이 군주인 것처럼 여기는 단어를 사용했을까. 이 나라는 자신의 나라였으며 대한민국 국민은 모두 그의 가련한 백성이었단 말인가. 백번 양보해서 최순실이 시녀였다면 국정을 시녀에게 맡긴 무능한 군주라는 얘기가 된다.  내뱉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바보 같은 말이며 자가당착이다. 탄핵 이후 관저에 머물며 휴식을 취하고 있는 대통령은 엉뚱한 구상하지 말고 그렇게 좋아하는 TV 드라마에나 몰두하기 바란다. 이상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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