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순간순간, 정보의 쓰나미를 맞고 있다. 얼마 전 우리가 정보의 바다에서 헤엄을 좀 쳤다면 이제는 거대한 정보의 쓰나미를 실시간으로 덮어쓰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을 열면 언제든 업데이트 되는 소식을 볼 수 있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어디서나 검색창을 열면 된다. 요즘은 병원을 찾는 환자분들 역시 많은 정보로 무장하고 있다. 그래서 환자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자신이 이런 병이 있는데 방송에 보니, 누가 나와서 이렇게 치료를 하니까 낫는다 '카더라' 이다. 또 어떤 환자는 어느 병원에서 한의학 치료가 옳지 않다고 이야기를 하던데 한방 치료를 받아도 될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솔직히 말해, 병과 건강은 절대적이지 않다. 아니, 오히려 다분히 상대적이라 말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삼시세끼 밥만 잘 먹어도 건강하고, 어떤 사람은 아무리 좋은 약과 비싼 병원 치료를 받아도 건강하지 않다. 어떤 면에서는 너무 많은 정보가 환자를 괴롭히기도 한다. 또한 너무 많은 처방이 환자의 몸에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한다. 어느 날 황희 정승 집에서 일하는 여자 하인 둘이 손님 맞을 준비를 하다가 말다툼이 벌어졌다. 아무리 싸워도 결론이 나지 않아 여종 둘은 마침내 황희 정승에게 달려갔다. 먼저 한 여종이 말했다. "대감마님, 손님이 오시면 배가 고프니까 음식부터 장만하는 게 옳지요?" 황희 정승이 대답했다. "오냐, 네 말이 옳다" 그러자 이번에는 다른 여종이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대감마님, 손님을 맞는 데 집안이 어지러우면 예의가 아닌 줄 압니다. 집안을 청소하여 손님 기분을 좋게 하는 게 우선이 아닙니까?" 이 말을 들은 황희 정승은 또 고개를 끄덕이며 옳다고 했다. 이 때 옆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부인이 따지듯이 물었다. "아니, 세상에 그런 대답이 어디 있습니까? 무슨 일이든 한쪽이 옳으면 다른 쪽이 그른 법인데, 이 말도 옳다고 하고 저 말도 옳다고 하면 대체 어느 쪽이 옳다는 말입니까?" 그러자 황희 정승이 대답했다. "듣고 보니 부인 말도 옳소" 이 이야기는 황희 정승의 정보 취합 능력을 꼬집기 위해 꺼내는 것이 아니다. 좀 과한 면이 있지만 나는 그의 균형적 태도를 유심히 바라본다. 우리는 너무 많은 정보 속에서 헤매고 있는 중이다. 그 정보를 모두 받아들이려 해 체하거나, 혹은 너무 한 쪽의 정보만 믿으려 해 삐뚤어지기도 한다. 20여년 전, 고 리영희 교수의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라는 책이 세상을 깨우던 때가 있었다. 요즘은 보수와 진보란 말이 흔한 단어가 되었지만 그 시절만 해도 그의 생각은 꽤 획기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다양하고 많은 정보를 수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과가 되었다. 하지만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확인 되지 않은 찌라시가 떠돌고, 사생활 침해가 일어나기도 한다. 이런 정보의 쓰나미를 잘 이겨내기 위해서는 고 이영희 교수의 말을 잘 새겨야 할 것이다. 그는 세상은 좌우의 균형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말하지만 나는 이 시대는 생각의 균형으로 돌아간다고 하고 싶다. 균형 있는 삶은 새 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유효하다. 차고 넘치는 정보를 모으는 데만 급급한 단순한 수집가가 되지 말고 내게 맞는 정보를 잘 거르고 알맞게 취합할 수 있다면 추락하지 않을 것이다. 선입견을 걷고 유연한 사고로 정보를 받아들이되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필터를 장착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