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특성은 선천적인가 습득도 되는 것인가? 리더십의 본질에 관해 리더 개인의 기질(disposition)이니 인성(personality)이니 하는 자질론에서부터 구성원들의 행동을 유도·조정하는 하나의 관계성(relations)의 힘이라거나 아니면 목표를 향한 리더와 팔로워(follower) 상호간의 협조적 학습과정으로 보는 이론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이론이 있어 왔다. 그 중 리더의 자질론에 있어서 리더십 학자 스토그딜(R. M. Stogdill)은 리더에게 필요한 '특성'과 '가술'을 구분하되 특성들 중 하나로서 '결단력'을 제시한 바 있다. '성상근야 습상원야'(性相近也 習相遠也)라고 했던가. 태어난 성품은 대개 큰 차이가 없으나 후천 학습을 통해 크게 바꿀 수 있다고 했다. '김구' 선생의 어린 시절에 관한 이야기는 흔히 위인전에 나오는 큰 인물이나 천재의 그것과는 그 이미지가 다르다. 어릴 때부터 총명이 출중했다거나 비범한 기운이 남달랐다거나 하는 등의 내용이 없다. 자서전 백범일지(白凡逸志)를 보면 젊은 날의 김구(창수)의 방황하던 모습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젊은 혈기의 행로에서 익히고 깨친 것들이 그의 리더십 특성의 일부가 될 만큼 중요한 작용을 했다.  상민(常民)의 자식 김창암(김구의 아명)은 여느 아이처럼 9세에 한글과 한문 공부를 시작했으며 17세에 과거에 응시했다가 실패했다. 집에 돌아와 서당공부를 그만두고 관상책 마의상서(麻依相書)를 구해다가 석 달 간 두문불출하고 집중적으로 관상 공부를 하며 본인 얼굴을 관찰하니 어느 한 군데도 귀하거나 부유하거나 좋은 상은 없는 반면에 천하고 가난하고 흉한 상이라 살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다. 그러나 그 책 말미에 '상호불여신호 신호불여심호'(相好不如身好 身好不如心好 : 관상 좋은 것이 몸 좋은 것만 못하고 몸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다)라는 글귀를 보고 '마음'이 중요하다고 크게 깨달아 생각을 고쳐먹었다. 이 한 구절이 그가 살신(殺身) 구국 활동을 하게 된 마음의 출발점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호심인'(好心人) 즉 마음 좋은 사람 되는 길을 몰라 그 방법을 배우러 찾아 나섰다가 동학(東學)에 가담하게 되었고 그 후 동학군 전투에서 패퇴했다.  전투에 패해 피신하던 중 안중근 의사의 아버지 안진사(進士) 집에서 당대의 거유(巨儒)로 알려진 스승 고능선(高能善)을 만난 것이 그의 일생에 전기가 되었다. 그 스승은 '보국(報國)'과 '의리(義理)'를 가르쳤고, 무슨 일이든 할 때는 '판단-실행-계속'의 3단계를 해야 성취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결단성(決斷性)이 가장 중요하나 젊은 김구의 결단력이 부족함을 간파한 스승은 그에게 비기와도 같은 구절 하나를 주었다. '득수반지무족기 현애철수장부아'(得樹攀枝無足奇 懸崖撤手丈夫兒 : 나뭇가지 휘어잡았으나 발 디딜 데가 없으니 아득한 낭떠러지에 손을 놓아버리는 것이 대장부이다)! 스승에게서 받아 지닌 이 경구는 그 후 치하포 일본 장교(상인이라는 견해도 있음) 격살 사건에서부터 상해 임시정부 시절 한인애국단을 결성하여 일본 요인 제거 활동의 일환으로 나석주·이봉창·윤봉길 의사 등의 의거를 지휘할 때도 일종의 가훈(家訓)처럼 그 결단의 원천이 되었다. 이처럼 그의 마음에 각인된 '결단력'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작용한 백범 리더십 특성의 하나가 된 것이다. 이러한 리더십 '결단력'이 실행되는 기본전제는 '상황 판단'과 '의리'이다. 중요한 순간에 올바른 상황 판단으로 결단해야하고 그 결단적 행위는 의리와 지조에 의해 지속되어야 한다. 상황 모르고 지조 없는 결단력은 무모를 넘어 위험하기까지 하다. 갈 때가 있고 올 때가 있으며 설 때도 있는 것이다. '꽃이 요란하여 나무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花捨樹無影)고 해서야 되겠는가! 꽃은 꽃이고 그림자는 그림자인 것이다. 논어(論語)는 '잎이 무성할 때는 모든 나무가 푸르나 날이 추워지면 비로소 송백의 푸르름을 알게 된다(歲寒然後 知松柏後凋也)'고 했다. 워렌 버핏(W. Buffett)은 "썰물이 빠져나가면 누가 벌거벗고 헤엄친 줄 알게 된다"고 했다. '판단'과 '결단'과 '의리'는 한 세트(set)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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