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의 의미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無知)한 사람들이 지금까지 정치를 해 왔다는 말인가? 풍비박산(風飛雹散)! 이미 헌누리가 된 새누리 사람들이 다시 시작하자면서 무슨 '혁신과 보수' 라는 간판을 또 건다고 한다. '혁신'은 기존 것을 둘러엎자는 것이고, '보수'는 기존 가치를 지키자는 것이다. 완전히 배치(背馳)되는 의미의 두 단어를 합친 슬로건을 들고 나오는 것을 보니 어지간히 급하긴 한 것 같은 듯 하다. '호박에 줄무늬를 칠해도 수박'이 되지 않고, '족제비가 천 년을 참선(參禪)해도 부처'가 되지는 못할 것이다. 끝났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그리도 어려운가? 모든 일은 시작과 끝이 있으며 들(入) 때와 날(出) 때가 있는 법이다. '공화당'이 '민정당'으로 바뀌고, '민정당'이 '한나라당'으로 바뀌었다.그리고, '한나라당'이 다시 '새누리당'으로 간판을 바꾸어 달았지만 사람이 달라지는 것은 보지 못했다. 최 씨 성(姓)을 쓰는 그 일가(一家)들이 수시로 이름을 바꾸어도 그들은 역시 그대로 이듯이…. 새누리 일당이 지금 또 다시 개명(改名)을 하고, 보수(保守)에 혁신(革新)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 즉 유니섹스(unisex)당을 만들어 대중의 눈을 한 번 더 속여 보려 하는지 모르지만, 아직도 국민들이 양치기 소년들의 말을 믿어줄는지는 의문스럽다. 목장 너머 늑대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양치기가 울타리 고칠 생각은 뒷전이고, 거저 툭하면 '늑대야' 하고 소리나 질러 사람들을 골려왔으니 이제 진짜 무서운 늑대가 나타나도 사람들은 곧이들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궤멸(潰滅)될 위기에 처한 여당(與黨)이 보수(保守) 대결집(大結集)을 외치며 다시 자기들의 자리를 지켜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과연 그들이 진정한 보수(保守)일까? 지켜야 할 가치를 지키는 것이 보수이지, 자신들의 직장이나 기를 쓰고 지키자는 것이 보수는 아닐 것이다. 더 이상 보수를 욕되게 하지 말고, 대결집이 아닌 대해산(大解散)을 하면 어떨까? 양(羊)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양치기가 늑대를 탓할 수는 없다. 그들은 이미 양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늑대들에 대한 적개심(敵愾心)만 계속 부추기면 자리를 보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그들이 가증스럽다 못해 차라리 안쓰럽기까지 하다. 원래 남자는 남자다워야 하고, 여자는 여자다워야 하듯이, 보수는 보수다우면 되는 것이지 보수에 혁신이라는 덧칠을 한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지는가? 문제가 된 것은 보수가 보수답지 못해서였지, 보수가 진보(進步)스럽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데도 말이다. 부조리하고 비논리적이며 생떼나 쓰는 것이 보수가 아니며, 무조건 다 때려 부수고 새것만 추구하는 것이 진보도 아니다. 보수는 지켜야 할 기존의 가치를 지키고, 진보는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며 공존해야 할 것이다. 절대 악(惡)도 절대 선(善)도 있을 수 없으며 어느 누구라도 지켜야 할 낡은 것이 있고, 바꿔야 할 새로운 것이 있게 마련이다. 보수는 애국(愛國)이고 진보는 종북(從北)이라는 논리도 터무니없는 것이다. 애국보수(愛國保守)도 있지만 매국보수(賣國保守)도 있고 매국진보(賣國進步)도 있지만 애국진보(愛國進步)도 있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 다르지만 한 지붕 밑에 같이 살듯이, 보수와 진보의 동거(同居)는 피할 일도 아니고 피할 수도 없다. 무거운 물건을 다루고자 할 때, 오른 손은 왼 손의 도움이 필요하고, 왼 손은 오른 손의 도움이 있어야 하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