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1일 검찰의 포토라인에 섰을 때 최순실은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라고 울먹이면서 말했다. 그러나 19일 오후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대법정의 피고인석에 앉은 '국정농단'의 주인공 최순실은 달랐다. 첫 공판준비기일 심리가 시작되자 비교적 침착한 모습으로 고개를 들고 "혐의를 부인한다"고 명료하게 답했다. 최순실은 이날 재판에서 박근혜 대통령,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과 함께 직권을 남용했다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검찰이 제시한 11가지 공모사실 가운데 8가지는 안 전 수석과 3자 공모인데 공모한 사실이 없어 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순실이 안 전 수석과 공모해 포스코 계열 광고사 지분을 강탈하려 했다는 혐의도 공모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더블루K가 연구수행 능력도 없이 용역계약 체결을 시도한 것은 '민사' 사안이므로 형사재판에 회부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자신의 거처와 사무실에서 저질러졌던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서도 '사무실을 정리하는 차원'이라고 발뺌했다. 그런데 최순실과 함께 연루된 안종범 전 수석과 정호성 전 비서관의 변호인들은 최순실의 진술과 전혀 다른 진술을 했다. 일정부분 혐의를 부인하기는 했지만 대체적으로 이번 국정농단 사태에 비선실세인 최순실과 박근혜 대통령이 공모했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진술을 했다. 도대체 국민들은 지금 혼돈에 빠져 있다. 어느 말을 믿어야 할지 헛갈린다. 국정조사에서 증인들은 진실을 대부분 부인했고 이제는 여당 의원과 태블릿 PC와 관련된 사전 입맞춤이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지 며칠 후 공식석상에 나타난 대통령 턱밑에는 성형시술을 한 바늘자국이 선명한 사진도 공개됐다. 사정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대리인들은 탄핵소추 답변서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우리 국민들은 마치 혼돈과 절망의 아수라에서 살고 있는 기분이다. 우리는 그동안 이런 사람들에게 속고 살았으며 지금도 속고 있다. 이상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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