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성난 민심이 건국이후 최대 규모의 촛불집회로 폭발된 사실을 '혁명적' 상황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국민들의 머리를 어지럽히고 있다. 촛불집회가 시작될 무렵에는 주로 박 대통령의 퇴진을 둘러싼 거취문제에 초점이 맞추어졌던 것이 국회의 탄핵안 의결과 헌법재판소의 심리를 계기로 혁명론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고 있다. 특히 대선 예비후보 지지율 1위이면서 더민주당의 최대 지분을 가진 문재인씨가 국회탄핵을 기점으로 '국가 대청소'라고 한 데 이어'혁명 밖에 없다'는 등의 발언으로 국민들과 정치권의 반응이 예민해지고 있다. 특히 헌재를 향해 탄핵을 기각하면 '다음은 혁명밖에 없다'는 말은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헌재를 노골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이와 함께 더민주당은 '촛불시민혁명 입법·정책과제'를 발표해 국회 제1당과 제1당의 지지율 1위 대선예비후보가 촛불민심을 혁명으로 보고 탄핵정국을 주도한다는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더민주당과 문씨는 혁명주도세력이고 혁명지도부라 할 수 있는 것인지. 문씨의 발언과 더민주당의 정치적 행보에 대해 야당내에서도 '매우 위험한 발상'이란 비판이 나오는가 하면 언론에서도 '촛불민심을 아전인수(我田引水)로 해석한다'는 등의 지적이 일고 있다. 이같은 정치적 행태를 두고 탄핵정국에서 문씨의 지지도를 높이고 더민주당의 정국주도권 장악에 목적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논란의 핵심은 현시국을 '혁명'상황으로 규정하는 데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동의하는지에 있다. 설사 국민들이 혁명적 상황으로 본다 해도 문씨와 더민주당을 혁명지도부나 혁명주도세력으로 인정할지도 문제다. 촛불민심을 혁명적 성격으로 본다면 그것이 목표하는 바는 기존의 헌법질서를 뒤집고 새로운 정치세력이 현재의 기득권 정치세력을 교체하려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현 정부와 사법부는 물론 국회도 혁명의 대상이 되지 않을지 생각해 보아야한다. 국회도 그 대상이 된다면 이미 87년 헌정체제하에서 집권경험이 있고 국회내 제1당인 더민주당이 여기서 제외될 수 있을 것인가? 실제 촛불집회의 참가자가 혁명을 의도하는지는 분명치 않다.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이 이달 초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에 찬반을 물은 결과 81%가 찬성했고, 야3당의 지지층에선 90%가 찬성을 보였다. 탄핵은 헌법절차에 따른 합법성과 정당성을 가진 심판이다. 여론조사결과를 놓고 본다면 국민다수는 물론 야3당의 지지자들 조차 헌정질서에 따른 탄핵을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탄핵심판은 헌재재판관들의 판단에 따라 인용될 수도, 기각될 수도 있는 것이다. 설사 탄핵이 기각된다 해서 제1야당의 지도자가 헌정질서를 부정하는 혁명을 주장하는 것은 국민의 여론과 동떨어진 무책임하고 비합법적 발상인 것이다. 촛불집회 참가자 규모와 그들의 구호 및 피켓에 나타난 현상을 보고 혁명적 상황으로 판단했다면 그 역시 무리가 있다. 이번 집회의 참가자 다수가 국민의사를 대변하는 부분은 여론조사결과에 비추어 탄핵지지에 국한된다고 할 수 있다. 피켓과 구호는 촛불집회 주최측의 준비물에 따라 다양한 내용이 선택될 가능성이 높고 그것이 참가자 자신의 의사와 반드시 일치한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특히 촛불집회 주최측은 과거 광우병 집회이전부터 단골로 시위를 벌였던 단체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그들의 의사가 국민을 대변한다고 볼 수도 없는 것이다. 게다가 촛불집회에 뒤늦게 참여한 더민주당과 문씨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처음 찾아낸 정당도 아니고 촛불집회의 주도세력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