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광화문의 촛불집회는 계속됐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평화집회로 말미암아 외신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식과 함께 우리 국민들의 성숙한 집회문화에 대해 '대서특필(大書特筆)'하고 있다. 한 나라의 시스템이 완전히 먹통인 상황에서도 큰 문제없이 국가가 존속하고 국민들이 생업을 이어갈 수 있은 데에는 이같이 대한민국 국민들의 위대함이 바탕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수백만의 군중이 모인 집회에서 단 한 건의 불법 상황이 일어나지 않았고 마무리까지 깔끔하게 하는 국민들이 세계 어디에 있었단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정치와 국가 시스템은 세계 최하위 국가보다 더 엉터리였다.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정도의 미스터리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1년 동안 3분의 1을 공식 일정을 잡지 않은 채 관저에 머물렀다고 한다. 그 전 대통령이 매일같이 눈코뜰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했던 것에 비한다면 도저히 상상을 할 수 없는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아침 7시에 일어나 간단한 운동을 하고 조간신문을 읽으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어김없이 오전 9시에 집무실로 출근해 하루 일정을 소화했고 청와대 행정관이 올린 보고서에도 댓글을 달 정도로 국정을 챙겼다. 대통령의 결정이 곧 국정 방향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얼리버드' 형이었다. 기업가 출신답게 오전 7시에 집무실로 출근해 하루 일정을 시작했다. 그 때문에 비서진들은 고달팠다. 해외순방 중에는 비행기 안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집무를 했고 어느 해 집중호우가 내린 날에는 귀국 즉시 중대본으로 바로 달려가 위기 극복을 진두지휘했다. 박 대통령은 평일에도 관저에 머물며 '혼밥'을 먹었다. 밥 먹는 시간은 1시간 정도가 소요됐다. 그러면서 줄곧 TV를 시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름휴가와 추석 명절 전후로 해서는 일정을 잡지 않았다고 한다. 도대체 그 많은 시간을 관저에서 무슨 일을 하면서 보냈을까? 국가의 모든 정책을 최종 결정해야 할 책임자가 '대면보고'를 꺼려하고, '대포폰'으로 비선의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면 이 나라는 무너져도 벌써 무너졌어야 했다. 세월호 참사가 대통령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수백명의 국민이, 그것도 꽃다운 청소년들이 차가운 바닷물 속에 잠겨 생사를 오갈 때 대통령의 행방을 모른다는 것은 도저히 용서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청와대 관저 조리장의 증언을 들어보면 울분이 치솟는다. 점심과 저녁을 올렸더니 깨끗하게 그릇을 비웠다고 증언했다. 부스스한 얼굴로 중대본에 잠시 머물러 상황을 살피고 돌아와서 먹은 저녁밥도 다 비웠다고 한다면 대통령의 가슴 속에 국민은 없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국가를 꾸려나가야 하나 암담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너무 걱정할 것이 없다고 본다. 우리의 국민들은 위대하며 국민의 뜻대로 국가가 바로 설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옳고 그름을 분간할 줄 모르는 집단은 정치인들과 일부 기업인, 그리고 대통령과 그 주위 실세들뿐이다. 이들이 국가를 끌고 나가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의 힘으로 국민들의 뜻으로 나라는, 역사는 이어진다. 대통령의 탄핵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원칙을 내세우지만 원칙을 허문 사람이 누구인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 그들은 5천년 역사 이래 이처럼 무능하고 한심한 통치자가 또 어디에 있었는지 내놔야 자신들의 주장에 설득력을 얻는다. 혼자 앉아 밥을 먹고 단 하룻밤 머물 외국의 호텔방에 매트를 바꾸고, 순방 중인 지자체 시장실을 사용하기 위해 변기를 뜯고 전신거울을 단 대통령이라면, 우리의 금쪽같은 아이들이 배 안에 갇혀 깊고 푸른 바닷물에 잠길 때 올림머리를 하느라 시간을 허비한 대통령이라면 더 이상 연민의 정을 둬서는 안 된다. 그리고 나머지 오전 시간에 대해 끝까지 입을 다물고 책임을 회피하는 대통령이라면 더 이상 그 자리에 앉아 있어서는 안 된다. 역사는 국민들에 의해 흘러간다. 우리의 국민들은 올바른 역사를 써나갈 것이다. 더 이상 기죽지 말고 힘을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