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는 힘든 연말을 보내고 있다. 사상 최악의 지진이 발생했고 연이어 태풍 차바가 지진의 아픈 상처를 다시 헤집었다. 그 여파로 관광산업은 곤두박질을 쳤고 관광산업에 기대 살아가던 경주시민들은 한숨만 깊어갔다. 그 와중에 공무원들은 혼신을 다해 경주의 경제살리기에 매달렸지만 애쓴 흔적에 비해 성과가 크게 드러나지 못했다. 아쉬운 일이다. 전반적인 경제침체는 경주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인근 울산과 포항의 주력산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하청 위주의 경주의 산업계가 휘청했다. 고용은 줄어들고 공장들이 하나 둘 문을 닫았다.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경주의 미래는 참으로 어두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는 저물고 다시 희망의 해가 떠오를 것이다. 나라 사정도 녹록치가 않았다. 국민들은 주말이 보장되는 삶을 원한다. 주말마다 끓어오르는 의분을 참지 못해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선다. 집에 있어도 마음은 광장에 가 있다. 대통령의 탄핵과 관련해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는 이미 확실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재의 결론은 어떻게 날 것인지 아무도 짐작할 수는 없다. 언재 헌재의 결정이 날 것인지 인용이 될 것인지 기각이 될 것인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이 와중에 대선주자들은 벌써 대선 준비에 뛰어들어 각자의 길을 달리고 있다. 국민들의 삶은 바닥에서 신음하고 있고 차가운 광장의 바닥에 안보와 외교는 오리무중이다. 정치는 하류고 국민들은 교양을 지키고 있다. 이미 정치에 대한 신뢰가 한없이 무너진 상황에서 앞으로의 정치는 국민이 주도해 나갈 것이 분명하다. 기고만장했던 정치인들은 이제 국민들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게 된 실정이다.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올해의 불운은 이제 털고 가야 한다. 희망을 향해 나아갈 때 그 희망은 우리의 가슴에 와서 안긴다. 희망을 등지면 불운은 계속된다. 경주는 5천년 대한민국의 역사를 이끌어 온 도시다. 그 저력을 다시 발휘해 경주의 새로운 희망을 찾아 나서야 한다. 이상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