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에 '세월(歲月)'이란 단어의 의미는 다양하다. 흘러가는 광음(光陰)을 뭉뚱그린 시간을 말하기도 하고, 지내는 형편이나 사정을 알아보며 서로 인사를 나눌 때도 종종 쓰는 용어다. 이러한 총체적인 시간의 합산인 세월을 세분(細分)하면 년(年), 월(月), 일(日)이 된다. 1년 365일, 12달, 24절기에서 분, 초로 나누어진다. 한 달을 4주로 여기고 거기에 기준을 두고 생활의 계획을 세운다. 시간은 어떤 시각에서 또 다른 시각까지의 사이이며, 일정하게 정해진 때를 말한다. 시간의 중요성을 잘 아는 현대인들은 인사의 기준이 "지난 이레(한 주간) 동안 어떻게 지내셨습니까?"하고 서로의 시간에 맞추어 안부를 전한다. 사람이 100세 시대를 산다면 3만 6천 여일을 보내야 한다. 그 동안 희노애락의 삶을 약으로 삼고 치료하며 잘 보내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세월을 미워하고 원망하며 모질게 사는 이들도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한 철학자의 말씀이 "연륜이 모든 것을 빼앗아간다. 심지어 사람의 마음까지도". 행복한 사람은 시간에 관심이 없다고 하지만, 떠날 날이 가까워지면 생에 대한 애착이 훨씬 크다고 한다. 그러나 세월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진 자본금이다. 이 자금을 잘 이용하는 사람에겐 만족과 승리가 온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이고, 얻기 어렵고 잃기 쉬운 것으로 사람을 결코 기다리지 않는 광음은 화살과 같다. 시조 시인 이호우님의 금(터진흔적)이란 시(詩)에 차라리 절망을 배워/ 바위 앞에 섰습니다/ 무수한 주름살 위에/ 비가 오고 바람이 붑니다/ 바위도 세월이 아픈가/ 또 하나 금이 갑니다. 2016년 병신년이 저물고 있다. '덧없는 세월'이라는 말은 세월이 속절없이 빨리 가서 무상하다. 갈피를 잡을 수 없이 상념에 빠져 든다는 해석이라 한다. 경로당 벽보에 붙은 한 구절이 생각난다. 어려서 집을 나가/ 늙어서 돌아오니/ 말소리는 변하지 않았으나/ 머리털은 희었구나/ 아이들이 마중 나와 나를 맞으면서/ 손님 어디서 오셨습니까? 하고 묻는다/ 세월을 잔잔하게 쪼개놓은 것이 시간이라 한다. 경험이 풍부한 노인은 "무슨 곤란한 일이 생겼을 때 급히 서두르지 말고 내일까지 기다리라"고 종종 말씀하신다. 사실 하루가 지나면 선악을 불문하고 사정이 달라지는 수가 많다. 노인은 시간의 비밀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곤란한 문제는 조급하게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한 걸음 물러서서 정관(靜觀)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시간의 걸음에는 세 가지가 있다. 미래는 주저하면서 다가오고, 현재는 화살처럼 날아가고, 과거는 영원히 정지하고 있다. 보통사람은 시간을 소비하는 것에 마음을 쓰고, 재능 있는 사람은 시간을 이용하는데 마음을 쓴다. 인간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을 각자가 그것을 어떻게 선용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팔자가 정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간을 충실하게 만드는 것이 행복이며, 시간은 한 순간도 쉬는 일이 없는 무한의 동체이므로, 일찍이 선인들은 "촌음(寸陰.짧은 시간)을 아껴라"라고 당부한 것이다. 금년 한 해도 과년과 같이 복잡하고 어려운 일도 많았다. 전쟁의 공포와 테러, 그리고 이상기후로 인한 태풍의 피해, 지진으로 인한 재난 등 언제나 세월은 사람을 괴롭힌다. 우리의 생활의 문제에 있어서도 잘 회고하면서 잘못된 일들은 반성하고, 그 과오가 거듭되지 않도록 다짐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잘못을 피하기보다는 잘못을 뉘우치는 것을 미덕(美德)이라 한다. 자신의 마음속에서 반성을 거듭하는 자만이 가치 있는 인간이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