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태 속에 심한 갈등과 마찰을 빚어온 여당내 계파갈등이 마침내 분당상태를 가져오면서 국회는 '4당체제'로 바뀌었다. 국정농단에 대한 여당 차원의 책임과 혁신에 계속 불투명한 자세를 보여온 친박 패권적 당지도부에 반발한 비박계와 중도계 의원들이 집단탈당해 새로운 원내교섭단체를 만든 것이다. 창당을 서두르고 있는 신당이 '당명'을 가칭 '개혁보수신당'으로 한 것을 보면 개혁적인 보수노선을 표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국정파탄 혐의로 탄핵사태에 직면하면서 국민들의 질타와 외면을 받았고, 특히 보수층 국민들은 건강한 보수정치의 소멸을 우려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비록 새누리당에서 이탈한 세력이지만 부패하고 무책임한 보수를 청산하고 개혁적이고 따뜻한 보수를 표방하는 보수정당이 탄생한다는 것은 일단 국민들의 기대감을 높여준다. 그러나 신당이 개혁적 보수노선을 선언하는 것만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최순실 국정조사청문회에서 신당 소속 의원들의 비리를 파헤치려는 노력이 돋보이기는 하나 앞으로 정책정당으로서 서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따뜻한 보수정책을 얼마나 개발할지가 관건이다. 물론 이같은 사태를 빚은 헌정유린과 법치주의의 실종사태를 엄정하게 바로잡아야 하는 것이다. 이같은 신당의 개혁적 정치활동이 아직도 소속 의원수가 신당에 보다 월등하게 많은 새누리당과 비교해서 국민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을 수 있어야 보수당의 대표주자로 인정받을 것이다. 특히 지역구유권자들의 '신당행(新黨行)'에 대한 부정적 태도 때문에 새누리당에 잔류하고 있는 의원들이 계속 신당에 합류하려면 신당의 활동이 이들의 태도변화를 가져올만큼 뚜렷한 차별화를 보여야 한다. 야권에서 "그 나물에 그 밥이니,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되느냐" 느니 하고 비아냥대는 것은 어쨌든 신당이 박 대통령 탄생에 기여한 원죄를 짊어질 수밖에 없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탈당파의 신당창당과 같은 시점에 비대위를 구성하고 내부혁신을 꾀하고 있는 새누리당이 신당과의 개혁경쟁에 나설 것으로 보여 보수정파의 쇄신 계기가 만들어진다면 정치발전에 도움이 될 것 같다. 국민들에게 속죄하고 믿을 수 있는 보수정당으로 재정립된다면 보수 양당이 내년의 대선에 힘을 모울 수도 있어 국민들도 보수와 진보가 안정적으로 경쟁하는 정치권에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보수양당이 보수정당으로 건강성을 회복할 수만 있다면 설사 다음 대선에서 야당이 된다해도 그 노력은 헛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4당체제 속의 보수양당은 자칫하면 보수진영의 제살깎는 경쟁을 유발할 수도 있다. 물론 잘못된 보수에 대한 비판은 당연한 것이지만 보수세력의 역량을 위축시키는 갈등과 마찰은 피해야 할 것이다. 4당체제에선 안보와 경제, 복지, 노동 등 각 분야에서 타협없는 질주를 하게 된다면 국정이 정체될 수도 있다. 적어도 신당은 보수와 진보의 정치흐름에서 슬기로운 운신을 할 수도 있는 지점에 있기 때문에 민생안정에 도움이 되는 협치를 선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선정국에서 신생정당이 살아남을 수 있는 조건은 무엇보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차기 대선후보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외부에서 경쟁력있는 대선예비후보를 영입하는 것도 고려해야겠지만 당내의 인적 자산을 빠른 시일내에 경쟁력있는 후보로 키워내는 방법도 치열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신당이 4당체제에서 존재감을 가지지 못한다면 보수분열의 책임만 뒤집어쓰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