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미풍 순풍 역풍이 결집되면 태풍이 된다. 내 마음의 태풍이 불었다. 권한을 분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헌법과 조례를 통해 여러 다양한 협의체와 각종 위원회 등의 절차를 만들었다. 그런데 단체와 개인은 민주적 합리를 이끌어 내기보다는 권력의 시녀노릇을 한다. 견제되지 않은 권력은 부패하고 호형호제하는 사회에서는 감사(監査)와 감시(監視)기능은 빛을 잃는다. 나는 매년 12월 한 달간 예산 심의 주 뻔뻔스럽고 뻔한 예산과 주어서는 안 되는 불요불급(不要不急)한 예산을 통과시키고 나면 자괴감이 들어 눈물이 나고 이러려고 시의원을 했나하는 식자우환(識字憂患)이 있으면 무식자우환(無識字憂患)도 있어 홧병을 얻는다. 올해도 법당에서 108배를 하며 기도로 마음을 다스렸다. 2017년 경주시 세입예산은 지방세 1,704억원과 세외수입 397억원이 전부다. 중앙의존 재원이 많은 세출예산은 1조 1,460억원으로, 그 돈으로 존경받는 도시, 품격 높은 도시, 경주시의 살림을 살아야 한다. 국민들의 피땀이 서려있는 우리의 알곡 같은 세금이다. 올해 의회 심의에서는 61억 3510만원을 삭감했다. 나는 회의 끝나고 밥값을 하지 못한 것 같아 밥을 먹지 않았다. 올해 경주시 종합자원봉사센터건립비 23억원의 꼭 필요한 예산이 삭감되었다. 자원봉사자 5만명이 드나들며 다른 지역기관에서도 자원봉사 업무를 배우기 위해 많이 찾아오는 곳인데 사무실 공간이 매우 협소하다. 사업을 꼭 추진해야 하는 예산을 동료의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해 통과시키지 못하면 내가 무지하고 무식한 것 같아 담당공무원과 시민들 보기가 민망하다. 사람들의 생각이 모두 한 방향으로 같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는 해야 하는 이유와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동료의원과 담당 공무원들에게 설명과 설득을 병행하며 분명하게 목소리를 낸다. 그런데 동료의원들은 가르치려 든다고 하며 싫어한다. 시의원들이 예산 사정을 잘 아는 동료의원의 말도 무시하고 누구한테 자문을 구하는지 궁금하다. 또한 가르쳐서도 이해를 못해 무지를 드러내면 시민들로부터 도매금으로 무식한 시의원들이란 소리를 들어야 한다. 집행부 눈치보고 말하지 않고 가만있으면 법당에서 기도나 하고, 묵언수행을 할 일이지, 시의원은 왜 하는지 묻고 싶다. 의회에서 동료의원들의 공감을 이루지 못해 살리지 못한 것도 많이 있지만 삭감하지 못한 것도 있다. 화백포럼 예산이다. 언론의 각종 사업예산은 40여건에 28억을 통과시켜 주면서 경주여성들이 전통을 계승하고 만들어 가는 민화포럼 예산 640만원을 살리지 못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공공기관 청렴도 조사 결과에서 경주시가 내부청렴도 5등급으로 전국에서 꼴찌를 했다. 경주시가 화백포럼을 시작한지 78개월째다. 월 2회에 강사료가 6백만원이다. 부대비용을 더해 엄청난 세금이 6년 동안 들어갔다. 물론 유익하고 좋은 강의도 많지만 학교도 아니고 이제 그만 할 때도 되었다는 것이다. 전국 유명 강사 분은 거의 대부분 초청하여 강의 대상자인 공무원들과 시민들에게 300회를 했다. 나는 공무원들에게 다른 방법으로 소양과 직무를 위해 맞춤식교육을 해야 한다고 본다. 화백 포럼을 하는 날이면 경주시청 모든 사무실이 텅 비어있다. 시민들의 민원은 시간을 다투는데 공무원이 없는 자리의 서류는 낮잠을 자고 있다. 동리목월문학관 2015년 부당집행 환수금액이 22,802,600원이다. 집행부와 의회가 예산을 제대로 편성하고 심의했느냐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예산서를 들여다보면 부서별 업무균형이 심각한 수준이다. 의회에서는 예산이 많이 필요한 사업에는 예산을 제대로 확보하도록 일침해야 하고 불필요하고 과잉확보 된 예산은 삭감해야한다. 2018년 예산서에서는 집행부가 신규 사업을 꼭 해야 하는 좋은 사업이면 기존사업 중에 정리할 것은 정리해서 예산배분의 균형을 맞추기를 기대한다. 선심성예산, 주기위한 축제성 예산, 주기위한 맞춤식 예산은 시민도 시의원도 집행부도 양심을 걸고 배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