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영부인 미셀 오바마는 "저들은 저급하게 가도 우리는 교양 있게 가자"라는 명언을 남겼다. 여기서 말하는 '저들'이란 사회적 도덕을 무시하고 정의를 파괴하는 정치인들이나 기업인들, 혹은 평화를 깨트리는 테러집단 등일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을 두고 말하자면 명백하게 정치인들과 권력의 핵심에 있던 자들, 그리고 그들의 사욕을 채워주기 위해 부하뇌동했던 기업인들일 것이다. 미셀 오바마가 말했던 '우리'는 바로 미국이나 한국이나 국민들을 말하는 것이 틀림없다. 정치인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저급하다. 새누리당 소속 정치인들은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탄핵 당한 대통령 감싸기에 급급하다. 어느 누구 하나 나서서 "지금의 국정 혼란에 무거운 책임을 느껴 오늘부터 모든 지위를 내려놓고 백의종군하면서 국민의 뜻을 헤아리겠다"고 선언한 사람이 없다.  특히 허수아비 같은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워 놓고 모든 권력을 누렸던 몇몇 정치인들은 이 기회에 거적을 깔고 대로에 나와 석고대죄라도 해야 할 판이다. 대통령을 '누님'이라고 부른다고 자랑했던 자는 어디로 숨었는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보수개혁신당도 자유롭지 못하다. 신당을 창당하면서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전면에 내세울 것이 아니라 지금의 정권을 만드는데 일조했던 것을 참회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당시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전면에 나서서 만세까지 불렀던 자신들의 잘못을 시인하고 나설 때 신당 창당의 진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안보는 보수', '경제는 개혁'이라는 양다리 걸치기식 눈치 보기는 결국 국민들 상당수의 중도 계층을 겨냥하겠다는 속셈과 다름 아니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가장 앞서가는 대권주자가 '혁명'을 운운했다. 국민들은 지금의 정세만으로도 불안해 죽을 판인데 '혁명'이라는 날이 시퍼렇게 살아 있는 생단어를 사용한 것이다. 물론 그의 발언 저변에 깔린 의미를 이해할 수 있지만 주말마다 차가운 도로에 나앉는 국민들의 기호에 아첨하겠다는 말로 오해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조기 대선의 셈법에 따라 조변석개하는 야당 정치인들도 국민들의 따가운 비판을 피해가기 힘들다. 그리고 최순실은 그렇다 치더라도 대통령을 보좌하며 지금의 이 판국이 오기까지 방치했던 비서진들의 오만불손은 국민들에게 울화병을 부고 있다. 청문회에 '늙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거만하게 비스듬히 앉아 있다가 자신에게 불리한 발언이 나오면 비웃음까지 흘린 그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 국민인가.  자신이 저지른 죄를 최대한 밝히고 사죄해도 시원찮을 판국에서 보인 그들의 태도는 단군 이래 최악이었다. '처벌 받겠다'며 진실을 발고한 평범한 시민이었던 '내부고발자'와 비교해 보니 형편없이 간교했다. 기업인들은 철저하게 손익계산서에 따라 움직인다. 하지만 그들도 기업윤리는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 양대 권력이라고 일컬어지는 재벌은 청문회에 나와 마치 콩밭두렁에서 낮잠 자다가 깬 콩새처럼 딴전을 피웠다. 권력자나 정치인이나 기업인이나 한 통속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저급했다. 우리는 그들에게 대한민국의 국정을 맡겨두고 있었다. 국민들은 묵묵하게 일터에서 땀을 흘렸고 박봉이지만 아껴가면서 아이를 키우고 막걸리를 들이켰다. 그 가운데 더러는 구조조정으로 일터에서 쫓겨났다. 낮에는 행여나 이웃이 볼까봐 모자를 푹 눌러쓰고 새벽부터 산행을 다니는 실직자들이 주변 산에 수두룩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은 교양이 있다. 지각이 있고 현명하다. 태산같이 믿었던 대통령과 그 주변의 권력자들이 국가를 말아먹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도 폭동을 일으키지 않았다. 차분하게 거리로 나가 교양 있게 뜻을 밝혔다. 그런 국민들 앞에서 지금 터무니없이 엉터리였던 권력이 무너지고 있다. 이제 새로운 형태의 국가를 건설해야 한다. 이제 저 저급한 집단들은 그동안 그랬던 것처럼 눈앞에 훤히 보이는 꼼수로 국민들을 더 이상 희롱해서는 안 된다. 이제 새해가 다가오고 있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그동안 모진 신산에 시달린 교양 있는 국민들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 그것만이 역사에 죄를 짓지 않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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