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려진 대로 경상북도는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농업 지역이다. 농지면적으로 볼 때나 농가분포, 농업 생산량 등 모든 농업 관련 지표에서 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관행농업'에 치중해온 우리 농업과 농촌의 현실과 미래는 그리 긍정적이지 못하다. 무엇보다도 농업이 다른 어떤 산업보다 국가의 미래에 중요한 산업임을 인식하고, 미래 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우리 농업과 농촌이 변화할 수 있는 적절한 방안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정부 정책의 실패가 가장 뼈아프다. 농업에서 일자리를 만들고, 농촌에서 공동체를 만들어 왔다. 연구개발이 아닌 부채 증가로 농업을 지지했고, 시장 수요가 아니라 농민 원성으로 땜질 처방하고, 부가가치가 아니라 유권자의 득표로서 우리 농업과 농촌을 측정했던 과오의 결과는 모조리 우리 후손들이 떠안아야 할 재앙으로 변해버렸다. 그렇다고 마냥 절망만하고 있을 수도 없지 않은가. 변화된 농촌에서 미래를 찾아야 한다. 적절한 투자 유인책도 찾아야 하고, 필요성과 당위성도 밝혀야 한다. 이 시점에서 고민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사회적경제이다. 농촌의 성격에도 부합하고, 농업의 가치와도 일맥상통한다. 공공성을 띠는 분야이기 때문에 투자의 당위성도 확보할 수 있다. 사회적 경제는 시장경제의 보다 진화된 경제 시스템으로 과거에는 시장화 되지 못했던 복지 영역, 삶의 질 문제, 공동체 등의 사회적가치를 시장화하여 관련한 일자리나 소득, 공동체 활성화 및 지역 사회문제 해결 등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선진국형 경제 원리이다. 기업을 설립하고 사업을 운영하되 지역 소외 계층의 일자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수익의 일정 부분은 지역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투자한다던지, 그 사업체의 운영을 통해 지역 농가 소득이 보장되게 하는 등 이른바 사회적경제를 지향하는 기업체들이 지역 사회 문제 해결이나 공동체 활성화에 기여하는 방안을 경영의 목적으로 삼는다. 2016년 말 기준, 경상북도에는 사회적기업 224개, 협동조합 440여개, 마을기업 104개 등 750여개 사회적경제 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특히 사회적기업의 경우 전체 근로자의 60% 이상을 고령자, 장애인, 저소득층 등 지역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대부분의 마을기업들은 지역의 농수산 특산물을 이용하여 2차 제조업, 3차 서비스업을 융합적으로 영위함으로써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2012년말부터 설립이 용이해진 협동조합을 통해 공동체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체의 설립이 한결 수월해졌으며, 누구나 5인 이상만 구성되면 지역 사회와 공공의 이익 실현을 우선시 하는 협동조합의 결성이 가능하다. 관행 농업의 한계를 종자 채종 사업으로 극복했던 한국에코팜 사례, 지역 특산물과 지명을 이용한 스토리텔링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히는 '토끼 간빵'의 회룡포 주식회사, 수몰(水沒) 마을을 유명 관광지로 변모시킨 '코미디 철가방 극장'과 '성수월 마을', 장애인 근로자로 전국 1위 생산량을 자랑하는 '새싹 공동체, 나눔 공동체', '김 한 장 안 나는 문경에서 생산하는 오미자 김' 사례 등 공동체 활성화와 지역 사회 공헌을 목적으로 설립하여 일자리, 소득, 새로운 부가가치를 생산해 내는 사회적경제 기업의 성공 사례는 우리 지역 내에서도 얼마든지 많다. 과거의 패러다임에서는 사회적 가치나 공동체 활성화라는 것은 내 것을 내어주어야 가능할 것처럼 설명한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바뀌었다. 이제 우리는 남을 위해 사업을 해도 성공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를 맞이하고 있다. '나'가 아니라 '우리 사회와 공동체'를 위해 농업과 농촌이 바뀌어야 한다. 2명이서 할 일을 4명이서 하면 어떠랴. 그 것이 우리 농업과 농촌을 살리는 길이라면 기꺼이 해내야 한다. 시장과 정부는 실패해도 사회(社會)는 할 수 있다. 사람이 모여서 살아가야하는 원리로 작동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