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온통 어지럽게 흔들릴 정도로 다사다난했던 병신년이 가고 정유년이 밝았다. 다산 정약용(丁若鏞)은 '군자는 새해를 맞이하면 반드시 그 마음과 행동을 한 번 새롭게 해야 한다'고 했다. 이 말을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새해에는 진정 달라져야 한다. 올해는 지난해보다도 오히려 나라와 우리의 운명에 더욱 결정적인 기로(岐路)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그야말로 올바른 눈을 떠야만 한다. '극단적인 이기주의', '막무가내 편 가르기', '줄서기와 줄 대기', '내 편이 아니면 적', '남 탓 타령', '갈등과 반목(反目)' 등으로 우리 사회는 이지러질 대로 이지러져 있다. 이런 모습을 그대로 연출하는 듯한 '대통령 탄핵' 정국을 바라보면 답답하고 참담하기 그지없다. 나라의 장래나 민생보다는 헤게모니 쟁취에만 무게중심을 둔 정쟁(政爭)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는 '총체적인 위기'라는 말이 귀에 못 박일 정도다. 어느 모로 보나 '사면초가(四面楚歌)'라는 말도 실감난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자기나 소속 집단(정당)의 유불리만 따지는 정권 창출에만 혈안이 돼 있는 것 같다. 나라의 장래나 국민을 먼저 생각한다는 말은 겉치레일 뿐 아전인수(我田引水)의 말들만 쏟아낸다. 자기변명과 '네 탓'만 거듭하면서 오로지 '제 길 가기'를 하고 있을 따름이다. 오늘의 우리 사회는 '우편향'에서 급격하게 '좌편향'으로 바뀌어버린 감도 없지 않다. 이 엄청난 변화 때문에 우리 사회의 나침반이 마비될 지경이라는 말도 나온다. 촛불집회가 그렇듯이 사람들이 시류를 타고 거센 물줄기를 이루기도 했으며, 그 반대편에서는 좌편향을 우려하면서 태극기를 앞세워 맞불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민심(民心)'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지만 과연 정치적 부추김에서 자유로운 '순수한 민심'일까 하는 의구심마저 지울 수 없게 한다. '대한민국'이라는 배가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오늘의 정치적 혼란이 더욱 큰 비극을 부를 수 있다는 사실을 냉철하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아직 '말없는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에 새해의 정국은 어떻게 요동칠 지도 불분명하지만, 정치인들은 물론 우리 모두 평상심(平常心)을 회복하고, 나라와 우리의 장래를 가장 소중하게 받드는 길을 지혜롭게 찾아나서야 한다. 한참 전부터 각종 여론조사 결과 '정권(政權)의 반대편'에 훨씬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 주춤거리던 현대판 선비들과 나라의 장래를 진정으로 우려하는 각계각층의 목소리마저 그 물줄기에 휩쓸리고 있지는 않은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가 또 어떤 변수들과 만나게 될지, 어떤 결과와 연결될는지 아직은 '안개 속'이다. 오로지 자기편의 득세를 겨냥한 정치적 노림수의 속출과 수상한 기미들의 행진이 가속화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어 보인다. 언젠가 한 업체가 사원들의 새해 결심 중간점검을 했더니 아예 결심을 '안 한 사람'보다 '한 사람'들이 적어도 반걸음 정도는 앞서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크지 않은 공동체 안에서 새 결심이 있고 없고가 이 같은 차이를 빚는다면, 그런 결심이 국가 장래에는 어떤 작용을 하게 될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한 사람 한사람의 제대로 된 결심이 모인다면 국가와 사회는 크게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달라져야 한다는 말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 말이 무성해도 지난날에는 구두선(口頭禪)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했다. 달라지더라도 잘못 달라져서는 안 된다. 빈번히 달라져도 너무 잘못 달라져 갈등과 고통이 가중되던 기억도 새삼 떠올려 새겨야 한다. 올해 우리는 더 나은 길로 나아가느냐, 그 반대의 길을 걷느냐 하는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직면해 있다. 민생과 국가 경쟁력에 새로운 힘이 돼줄 경제가 살아나야 하고, 갈등과 반목이 상생(相生)과 화해(和解)로 바뀌어야 한다. 그 가장 중요한 관건이라 할 수 있는 탄핵 정국을 잘 마무리하고, 정권의 창출만 겨냥한 몰아붙이기식 선동과 과장이 판을 쳐서는 안 된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가 새롭게 달라지고 거듭나야만 한다는 생각을 하고 또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