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personnel management)는 인사(salutation)에서 시작된다. 인사(salutation)는 상대방에 대한 인식을 전달하는 첫 걸음이자 첫 '베풂'이다. 이 베풂은 따뜻한 가슴에서 비롯된다. 20세기 초 영국의 원조(元祖) 경제학자 마샬(A. Marshall)이 언급한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warm hearts)은 경제학의 인간학문적 측면을 강조하고 경제의 대중 복지적 사명을 천명한 것이다. 동양에서도 원래 경세(經世)와 제민(濟民)이던 것을 합쳐서 줄인 말이 경제(經濟)가 되었다 하니 여기서 '제민'은 마샬의 '따뜻한 가슴' 론과 상통해 보인다. 이 따뜻한 가슴에서 베푸는 마음이 돋아나는 것이다. '인사'에서 시작되는 '인사'도 기본적으로 베풂이요 이 역시 '따뜻한 가슴'이 그 시작이 되는 것이다. 한(漢) 나라 경제(景帝) 시절의 '조조'는 법가출신으로서 경제가 태자 시절부터 태자 교육관으로 봉직하며 요새 말로 실세였다. 문제(文帝)의 뒤를 이어 경제가 등극하자 그는 감찰 책임자인 어사대부(御史大夫)가 되었으며, 중앙 집권적 왕권 강화와 국법질서 확립을 위해 제후들의 비리 등을 조사하여 그 영토들을 삭감하는 등 엄격한 법 집행으로 유명하였다. 워낙 악명이 높아 그의 아버지가 말렸으나 말을 듣지 아니하여 아버지가 자살까지 했으나 누그러지지 아니하였다. 이처럼 지나치게 냉혹한 법 집행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어 오(吳)·초(楚) 등 7개 제후국의 합동 반란이 일어나 전국이 다시 분할될 위기를 야기한 바 있고 결국 그는 조정에 출근 도중 살해되었다. '따뜻한 가슴'이 없이 강행된, 그의 혁신적 법 집행은 과유불급(過猶不及)이었던 것이다. 몇 년 전 우리 정부 모 부처에서는 관료조직의 중간관리자 계층인 과장급 직위 40개를 감축한 적이 있다. 정부 감량경영의 시범적 실천 차원에서 전체 과장급 직위 중 약 10%의 직급을 하향 조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40명의 현직 과장들이 일반직원(평서기관)으로 사실상 강등을 당하게 된 바 있다. 큰 조직이라고는 하지만 이 정도 규모의 '강임' 조치는 조직 인사에 상당한 주름살을 가져오는 것이다. 강임된 당사자를 비롯하여 조직 내 민심이 뒤숭숭했다. 당사자들의 불만은 극심했다. 밤이 되면 우는 자가 있는가 하면 술이라도 한 잔 들어가는 밤에는 통곡하는 자도 있었고 근무 중인 낮에도 가끔씩 우는 자가 있었다. 그 강임 여파가 해소되는 데에 몇 년이 흘렀다. 그들이 중견 공직자라서 노조도 없어 대놓고 반대 투쟁 같은 것은 하지 못했지만 심한 심리적 반발과 위축으로 생산성 저하는 물론 그 때 그 리더십에 대한 원망이 사무쳐 가고 있음을 목도한 바 있다. '따뜻한 가슴'이 없이 추진된, 그것은 분명히 '인사(人事)'는 아니었다. 간단히 보자면 '혁신(革新)'이란 현재의 것 중 '문제의 것'과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을 바꾸는 것이다. 한 때 혁신을 넘어 골신(骨身)이란 말까지 등장한 적도 있으나 항상 급격성을 그 본질로 보는 데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혁신에는 항상 저항이 따르기 마련이고 변화에 적응하려면 순간적인 혁신의 아픔 정도는 참고 밟고 넘어가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혁신이라 하더라도 한나라 조조의 법 집행처럼 지나침은 없음만 못하며, 직급 하향과 같은 구조조정은 아무런 잘못이 없는 현직 '자연인'의 불이익을 고려하지 않으면 그 저항은 더 심해진다. 설령 개인의 위법이나 과오에 대한 처벌·징계 등 여하한 잘못에 대한 제재절차조차도 그것이 본인의 수용 하에 정리되지 않으면 반발이 죽지 아니하고 결국은 리더십의 실패로 귀착될 수가 있다. 혁신은 그 종류를 불문하고 대부분 인사적 조치를 동반하여 추진된다. 특히 구조조정과 같은 유형은 필시 인사행위를 수반하게 된다. 그런데 인사(personnel management)는 '따뜻한 가슴'에서 우러나 베풂의 기조에 의해 진행되지 아니하면 차가운 칼끝으로 정리된다. 아무리 혁신적 인사라 하더라도 인간에 대한 '따뜻한 가슴'에서 출발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가 없다. 인사(personnel management)는 인사(salutation)이고 인사(salutation)는 '예의'이다. 그리하여 이 예의는 인간의 가슴으로 철저하게 고뇌하는 바탕 위에 성립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