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요 아베요 내 눈이 티눈인 걸 아베도 알지러요 등잔불도 없는 제사상에 축문이 당한기요 눌러 눌러 소금에 밥이나마 많이 묵고 가이소 윤사월 보리고개 아베도 알지러요 간고등어 한손이믄 아베 소원 풀어드리련만 저승길 배고플라요
소금에 밥이나마 많이 묵고 묵고 가이소 * 여보게 만술(萬術) 아비 니 정성이 엄첩다 이승 저승 다 다녀도 인정보다 귀한 것 있을락꼬 망령(亡靈)도 감응(感應)하여, 되돌아가 는 저승길에 니 정성 느껴느껴 세상에는 굵은 밤이슬이 온다 -굵은 밤이슬 오는 세상, 애틋한 萬術 아비의 축문 소리 시는 말하는 그림이다. 또한 시는 감동이다 시는 삶에 대한 깨달음을 진정성 있게 쓴 짧은 글이다. '만술 아비의 축문'은 박목월 시인의 유명한 시다. 목월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경상도의 가랑잎'에 실려 있다. 목월은 경주 건천 모량이 고향이다. 1연에는, 지난날 찢어지게 가난했던 윤사월 보리고개 시절의 우리들 삶의 풍경이 만술 아비의 간절한 축문으로 묘사되고 있다. 시가 리드미칼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저승의 아버지를 부르는 "아베요"라는 '경주말'(경상도 사투리)이 절묘하다. 만약에 이 부분을 "아버지요 아버지요" 했더라면 이시의 감흥이 잘 살아났을까? 시인의 '경주말'을 효과적으로 배치하는 탁월한 언어 감각이 손에 잡힌다. 만술 아비의 눈은 '티눈'(문맹자)이다. 글자를 모르니 당연히 제사상에 축문도 없다 등잔불도 없고 밥과 소금뿐인 허전한 제삿상, 그러나 시의 화자(만술 아비)는 저승의 아베와 애틋한 교감을 나눈다. "저승길 배고플라요 소금에 밥이나마 많이 묵고 묵고 가이소" 정성이 눈물겨운 보리고개 시절의 풍경이다.연에서, '만술 아비'의 정성에 감응하는 망령의 말씀도 절창이다. "이승 저승 다 다녀도 인정보다 귀한 것 있을락꼬". "있을락꼬!"하는 망령의 화답에서 독자는 시인의 소박한 인생관과 이 시의 주제를 함께 맛본다. 그렇다 행복은 물질적인 것보다 인간사이의 인간적인 정에서 오고 가는 것! 시는 또한 노랫말이다. 리듬을 살려 소리 내어 읽어야 그 시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이 시도 소리를 내어 읽어보시라. '경주말'이 가진 구수하고 정겨운 맛을 한층 더 느낄 것이다 마지막 행, "니 정성 느껴느껴 세상에는 굵은 밤이슬이 온다"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사용한 은유, '굵은 밤이슬'이 나온다. '굵은 밤이슬'의 의미는 독자 여러분의 몫으로 남긴다. "아베요 아베요" "아베도 알지러요""니 정성 엄첩다" 등등, 이 시 곳곳에 드러나 있는 감칠맛 넘치는 '경주말'( 경상도 사투리)의 효과적 배치는 이 시의 백미다. *김성춘 시인은? -1974년, 시 전문지'심상' 제1회 신인상 당선 (박목월 시인 추천) -첫 산문집 '경주에 말을 걸다', 시집 '물소 리 천사' 외 10권 -최계락문학상. 가톨릭문학상, 바움문학상 월간문학동리상 수상 -전, 울산대 평생교육원 시창작 교수. 현, 동 리목월문예창작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