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공무원들이 잘 쓰던 말이 있다. 비리에 걸렸을 때 대처하기 위해서는 '일토 이빽 삼금'이라고 했다. 일단 도망가는 것이 상책이고 그 다음에는 힘이 센 누군가를 동원해 무마시키고, 그것마저 안 되면 돈으로 틀어막는다는 것이다.  지금은 그 세 가지 방법 중 하나도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되고 말았으니 세상이 참 밝아진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방식이 등장해 국민들을 좌절에 빠뜨리고 있다. '모른다, 기억에 없다, 아니다'로 버티는 방법이다. 우리는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회를 보면서 분노하고 좌절했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을 증인석에 앉아서 모두 모른다고 왼고개를 치는 모습을 보면서 도대체 저 사람들이 국정의 중요한 자리에 앉아 이 나라를 경영했으니 이 정부가 얼마나 부도덕하고 음험했던가를 실감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법 미꾸라지'라는 별명을 얻을만큼 청문회에서 모든 진실에 대해 모른다고 잡아뗐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김기춘 전 실장보다 국민들에게 더 많은 상실감을 안겨준 장본인이다. 세상없이 순진한 척 하던 조윤선 문체부 장관도 절대로 자신이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적이 없다고 뻔뻔스럽게 버텼다. 또 정유라의 이화여대 부정입학과 관련된 교육자들도 멋진 연기를 펼쳐 보이며 모든 혐의를 부정했고, 이 땅의 교육이 얼마나 부패했는지를 절감하게 했다. 총장과 학장의 그 천연덕스러운 연기를 보면서 우리는 거짓말을 하는 스승에게 아이들을 맡겼구나 후회가 된다. 거짓말 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이것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불안하다. 대통령부터 그 측근에서 온갖 권력을 누렸던 이들이 국민들을 상대로 단 한 마디 진심어린 사과를 하지 않는 모습에서 우리 사회는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모른다. 촛불을 들고 광장의 차가운 바닥에 앉았지만 그 뜻이 왜곡되고 끝까지 잘못이 없다고 버티는 대통령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자칫 무책임주의로 변질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상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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