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새벽, 규모 3.3의 지진이 잠자는 경주를 뒤흔들었다. 놀라서 잠이 깬 우리 가족은 더 이상 잠들 수 없었다. 편히 잠자리에 들지 못하는 밤이 그렇게 가고 어느새 세월호 참사 1000일이 되었다. 그리고 그 외에 수많은 재해와 사고가 우리 삶 옆으로 지나갔다.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리면 될까. 내 일이 아니니, 내 가족 일이 아니니 다행이라고 말해야 할까.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을 충격에 휩싸이게 했다. 솔직히 그때 이것을 계기로 우리나라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이 사라지기를 바랐다. 하지만 희생자 304명의 어마어마한 사실에도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지금도 세월호는 바다에 가라 앉아 있으며 무엇을 어떻게 해결하는지조차 모른 채 천일이 흘렀다. 그리고 2016년 9월 12일 규모 5.8의 지진이 경주를 강타했다. 그 이후 이어지는 500여 차례의 여진으로 경주 시민들은 정신적, 육체적 그리고 재산적 피해를 겪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대책이 없다. 그저 지금처럼 피해가기만을 바라고 있어야 하는 것일까. 지난 해 12월 2일 '지진과 경주의 미래 포럼'이 열렸다. 거기에서는 경주 지진과 관련된 여러 문제점과 지금 당장 필요한 조치들에 대해 여러 전문가 및 경주시민들과 열띤 토론을 했다. 그때 발표하신 손문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우리에게 답이 되지 않을까 싶다. 지진을 막을 수는 없지만 지진이 왔을 때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지진 대비 기간은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원전시설이 있기에 준비는 더욱 더 치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꼭 해야 하는 이유는 미래 세대에 대한 의무이자 책임이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사고가 터지고 난 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하여 터무니없는 돈으로 무마하려는 지금의 해결 방안으로는 앞으로 닥칠 일에 아무런 대비가 되지 않는다.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사람들은 우울증, 불면, 식욕 부진 등 여러 증상을 호소한다. 하지만 의사가 치료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사고도 그렇듯 병도 그러하다. 생기기 전에 미리 대비하는 것. 그것이 가장 최고의 치료이다. 지금은 조류독감으로 대한민국의 조류의 씨가 말라가고 있다. 항상 낙관적으로 대처하고 제대로 되지 않은 매뉴얼대로 하다보면 대란이 온다는 것은 지난해 메르스 사태를 통해서 우리는 이미 깨달았다. 자연 재해에 가장 잘 대처하고 있는 일본은 재난, 사고 등에 대해서 우리가 보기에는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로 대비를 한다. 재난, 사고 뿐 아니라 병 역시 그렇게 대처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우선 나의 가족력을 체크하여 그 부분에 대해 자세히 관찰한다. 당뇨병, 고혈압 심혈관질환 등이 가족력이 뚜렷하며 생활 습관, 흡연, 음주 등 가족이 공유하는 생활 습관 등 환경적인 요인도 해당이 된다. 그러므로 이런 가족력이 있다면 미리 대처하고 준비해야 한다. 철저한 대비가 되어 있다면 불안 증상이 완화되어 우울증 등이 줄어들 수 있다. 대비는 모자란 것보다 넘치는 것이 낫다고 한다. 그러나 500회 이상의 여진이 나고 있는 현재 진행형인 경주 지진에 대해 정부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 그저 괜찮다고 한다. 우리는 세월호에 갇힌 아이들과 다를 바가 없다. '가만히 있으라' 어른들이 세월호 아이들에게 외치던 말이다. 이제는 우리는 말하자. 내 몸에게, 내 안전에게, 가만히 있지 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