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1월 롯데제과가 초코파이 값을 100원에서 150원으로 50% 인상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당시 재정경제원이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가로막고 나섰다. 롯데측은 '20년 동안 같은 가격이었다'며 통사정을 했다. 정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친밀도나 선호도의 상징성을 감안해 인상은 안 된다고 원천 봉쇄했다. 당시의 분위기는 우리나라 경제가 호황을 누리던 때라 모든 업계가 가격을 올리려는 욕심을 부렸다. 지금은 초코파이가 12개짜리 1박스가 2000원도 안 되게 팔리고 있고 각 판매점마다 더 가격을 내려 하나라도 더 팔려고 안달을 하고 있지만 당시의 사정으로 봐서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 때 정부가 서민생활을 위해 과자 값을 동결하려는 노력을 생각해 본다면 격세지감이 든다. 새해들어 첫째 주 무 한 개의 평균 소매가는 3090~3100원 정도로 지난 5년치 평균보다 130% 정도 올랐다. AI 파동으로 계란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상승하고 있다. 배추는 지난해에만 가격 상승률이 전년에 비해 70%에 이르러 김장김치의 양을 줄이는 가정이 많았다. 중앙일간지가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 산출 대상인 460개 품목 중 306개의 가격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전년에 비해 1%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정확히 말하면 0.97% 상승에 그쳤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같은 발표는 소비자들이 느끼는 가격 인상폭에 비하면 터무니없는 수치다. 도대체 정부는 어디에서 이런 수치를 꺼내들고 왔는지 미스터리다. 그동안 정부는 서민의 생활을 뒤로한 채 기득권의 배만 불려왔다. 그리고 국민들이 까마득하게 모르는 사이 이 나라의 정권은 엉뚱한 사람에 의해 농단됐다. 정부의 고위 관리는 절대권력의 눈치 보기에 바빴고 그 뒤에 숨어 있는 실세의 눈치도 한꺼번에 보느라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 사이 서민들은 수렁으로 빠졌다. 이 무책임한 정부를 믿고 살았다. 이제 우리 국민들의 힘으로 이 나라를 구해야 한다. 이상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