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경주 출신의 원로들께서 경주의 상황이 지금 심각하다는 의견을 냈다. 서울 모처의 저녁식사자리였다. 경주가 자연재해의 직격탄을 맞았고 주변 산업도시의 경제위기로 경제상황이 극도로 나빠진 상황에 대내외 조건 또한 순탄치 않으니 고향 경주가 겪고 있는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지에 대한 의견이 다양하게 나왔다. 그 가운데 가장 귀가 번쩍 띄는 아이디어는 역시 경주에 국내 최고의 '현대미술관'을 세우는 것이 장기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는 의견이었다. 경주는 1천년 신라고도라는 이미지가 강해 우리나라의 대표 역사문화도시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콘텐츠만으로는 국제적인 관광도시로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다. 아무리 신라의 문화를 세계에 소개한다 하더라도 주변 강대국들의 역사적 위상이 워낙 강해 묻힐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신라를 알리기 위해서는 신라 고도에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갖추는 방법이 유용하다는 아이디어였다. 경주가 최첨단 현대미술관을 짓는다고 나설 때는 국가적 사업이어야 한다. 미술관 안에 콘서트홀과 새로운 미디를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는 시설, 그리고 모든 국민들과 세계의 여행자들이 한 곳에서 즐기고 배울 수 있는 문화프로그램을 갖춰놓는다면 마치 스페인의 빌바오와 같은 미술관 하나로 전체 도시가 살아나는 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미술관이 들어서기 가장 좋은 장소는 용강으로 옮겨져 비게 될 황남초등학교 자리라고 지목했다. 동부사적지와 조화를 이뤄 경주 관광의 핵심거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경주가 엑스포 공원내에 솔거미술관을 이미 만들었기 때문에 또 무슨 미술관이냐고 한다면 그건 안타까운 일이라고도 했다. 솔거미술관은 전시공간일 뿐 현대의 미술관 기능을 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이는 평가다. 경주에 대규모 현대미술관을 짓는다는 것은 국가적인 관심사가 될 수 있는 사업이고 경주가 장기적으로 발전할 최고의 아이디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이상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