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을 여행하던 한국인 여자 대학생 2명이 현지 택시투어를 하다가 기사가 건네준 음료를 마시고 성폭행을 당한 사건에 우리 국민들이 모두 놀라고 있다. 여행지에서 일어난 불의의 사건에 당황하면서 어느 누구나 해외여행에서 이와 유사한 사건에 휩싸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그런데 주 타이베이 한국 대표부 행정직원이 피해자의 신고 전화를 불친절하게 응대했다는 데 더 큰 분노가 일고 있다. 피해 여대생 중 한 명이 성폭행을 당한 뒤 주 타이베이 한국 대표부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전화했더니 "자는데 왜 이 시간에 전화를 하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이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정말 심각하다. 이 같은 비난 여론이 일자 외교부는 "성폭력 피해에 대한 신고 여부는 당사자들이 결정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있다"며 "(첫 신고 다음 날) 주 타이베이 한국 대표부에서는 피해자 측의 연락이 없어 당직 행정직원이 수차례 통화를 시도한 끝에 피해자들이 신고차 경찰서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현장으로 출두했다"고 해명했다. 또 "관할 경찰서에 피해 신고를 지원하고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물론 당직 행정직원이 '자는 데 왜 이 시간에 전화냐'는 얘기는 절대 한 적이 없다는 부인도 덧붙였다. 해외여행을 할 때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가장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곳이 한국 대사관이나 영사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은 한 두 번이 아니다. 인도 여행을 하다가 인도인들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한 여대생이 신고를 했지만 "자신의 행동에 문제가 있지 않았냐"며 늑장대응을 한 일이 발생한 적도 있었다. 이런 경우는 그동안 외국에서 발생하는 여행자 사고가 뉴스를 탈 때마다 덧붙여서 거론된 일들이다. 누구를 믿고 안전하게 여행을 하란 말인가. 네팔 히말라야 산맥에서 트레킹을 하다가 실종된 자국민을 찾기 위해 헬리콥터까지 동원한 일본 대사관에 비하면 참으로 한심한 대처다. 우리 외교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다시 한 번 정신을 차려야 한다. 이상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