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 가까워지고 있다. 경제가 어렵고 국정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맞이하는 설날이이서 얼마나 다복한 명절이 될지 걱정이다. 아마 설날 가족과 친지들이 모이면 이 나라의 미래에 대한 탄식이 오고갈 것이 분명하다. 안개 같은 국면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어떻게든 새로운 희망을 찾기 위해 서로를 격려하고 덕담을 주고받으며 힘을 얻는 것이 이번 설의 최대 과제일 것이다. 설이 되면 재래시장에 어김없이 지역의 단체장과 정치인들이 몰려들어 서민경제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좁은 시장골목을 휘젓고 다닌다. 그들은 여러 명의 수행원을 데리고 난전의 어묵꼬지나 순대를 사서 입에 넣고 우물거리고 고사리나 콩나물을 봉지에 사서 봉지에 담는다. 두부 한 모에 얼마나 하는지 뜬금없는 물가조사를 하고 명절 때마다 공무원들에게 돌리는 '온누리상품권'으로 이것저것 필요 없는 잡동사니들을 챙겨든다. 오래 전부터 명절이나 선거철만 되면 어김없이 반복되는 민생행보는 이제 서민들에게 짜증만 불러일으킨다. 대표적인 예가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의 귀국 행보다.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 열차를 타면서 차표를 사는 방법을 배우고 재래시장에 가서 수많은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가뜩이 나 좁은 시장통을 마비시켰다. 10년을 넘게 외국생활을 한 대선주자가 조국의 서민생활을 둘러보기 위한 행보치고는 '벼락공부' 냄새가 너무 난다. 오래 전부터 정치권의 민망한 민생행보를 고스란히 되풀이하는 번 전 총장의 움직임을 국민들은 식상해 한다. 어른을 찾아뵙고, 시장바닥을 돌며 대중교통을 타고 움직이는 전형적인 정치활동은 이미 구시대적 모습일 뿐이다. 그럴 시간이 있으면 지금의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현실에 대한 집중적인 고민을 해야 하고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대안을 하루빨리 만들어 공표해야 하는 일이 급하다. 구시대 정치인의 모습을 벗지 않고서는 대선에서의 승리는 어렵고, 승리한다 하더라도 원만한 국정수행이 힘겨울 수 있다. 정치는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몸소 실천하는 것이다. 이상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