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는 도시전체가 문화재다. 국보급 문화재의 절반이 경주에 있고 보물 역시 수두룩하다. 경주에 사는 우리는 천년도읍 문화재로 인해 나무, 돌멩이 하나도 마음대로 건드리지 못하고 산다. 경주사람들은 무엇을 먹고 사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공장이 없으니 지역 경제 활성화와 부가가치 창출을 낼 수 있는 수단은 관광이다. 콩나물 팔아 고기 사먹고 고기 팔아 콩나물 사먹으며 자급자족하며 살다보니 젊은 사람들은 먹고 살기 위해 삶의 터전을 찾아 경주를 떠난다. 경주는 전국에서 인구분포비율로 노인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고령도시다. 문화재의 반경 500m는 모두 1지역, 2지역으로 묶어 건축행위를 할 때에는 높이제한, 경관심의, 현상변경 등의 문화재법을 통과해야한다. 전국에서 면적이 가장 넓은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문화재로 인한 규제와 활용제한으로 인해 택지가 턱없이 부족하다. 비싼 땅에 집을 지으니 분양가는 인접도시보다 높고 시민들은 물가 비싼 지역에서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와 매연을 마시며 교통지옥에 허덕이며 살았지만 이젠 그 관광객마저 '지진'으로 경주를 외면하고 있다. 경주사람들이여 정신을 차리자. 지연, 혈연, 학연의 연결고리에 심취해 있는 동안 천년도시 지명인 '동경(東京)'은 일본에 뺏기고, '서라벌(徐羅伐)'은 서울이 가져가고, 정신문화의 수도라는 명칭은 '안동(安東)'이 먼저 차지했으며, 선비도시는 영주가 떡하니 갓을 써 버렸다. 경주는 뷰티풀 경주, 존경받는 도시에서, 이제는 황금의 도시 경주로 천년왕도도시의 자존심을 구겼다. 뜨겁게 달구었던 경마장 유치는 김해로 갔고 태권도 종주국 성지는 무주군으로 갔다. 인접도시 포항과 울산에는 공항도 있고 고속철도역이 있어 경주는 스쳐가는 도시가 되어 버렸다. 학생들의 수학여행과 신혼여행은 관광특구로 지정되어 천지가 개벽이 된 제주도로 보내버리고 경주는 문화재 보존이란 명분 앞에 무릎을 꿇고 빈 들판에 휑한 바람만 불고 있다. 차라리 도시전체를 유리박스로 만들어 문화재를 보존하고 경주인들을 이주시켜라. 나는 집을 짓기 위해 구입한 땅에서 문화재 발굴하는데 6년이 걸렸다. 사유재산의 경제적 손실을 다른 지역민들은 알겠는가. 문화재 발굴비가 원인자 부담이라는 고약한 법 때문에 발굴비는 땅주인이 부담하지만 문화재가 나오면 국가가 가져간다. 경주시 건축사들은 건축물 허가과정에서 현상변경 때문에 수도 없이 설계를 다시하고 요구조건을 충족시켜도 문화재 심의 위원들은 결국은 건물을 짓지 못하게 부결시켜 행정과 시간낭비를 겪게 만든다. 흉물스런 현재의 변전소를 1/10 규모 옥내화로 축소시켜 경관을 아름답게 하려 해도 지금 현재가 좋다며 현상변경을 3차례나 부결시켜 허탈하게 만들었다. 왜, 경주사람들이 이 모든 고통을 겪으며 문화재를 책임져야 하는가? 왜, 경주에 산다는 이유로 건물의 비가 새는 집에 살아야 하는가? 왜, 건물을 규제했으면 보상을 해서 매입을 해야 하는데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방치시켜 재산적 손실을 당해야 하는가? 경주에는 문화재가 많아 보존비도 엄청 많이 든다. 그 많은 국보급 문화재 수리비에 도비, 시비가 들어 가다보니 경주지역은 재정자립도가 18.5%다. 문화재가 많으니 문화재 때문에 개발이 지연되어 골목골목 하수관이 없는 곳의 가정의 장독대에는 똥파리, 날파리가 들끓는다. 기초 기반 시설이 되어 있지 않은 마을에는 쓰레기 수거차가 들어 갈 수 없어 리어카로 쓰레기를 수거하는 현실을 다른 지역민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얼마 전 경주를 폄훼하는 중앙 언론의 기사를 읽었다. 나는 강변하고 싶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천년도시에 오죽하면 원전폐기물 방폐장을 가져 왔겠는가. 오죽하면 검증도 되지 않은 백제궁이 있으니 신라궁을 지어 달라 하겠는가. 경주에 살아보지도 않고, 경주경제를 책임지지도 못하면서 경주를 함부로 말하지 말라. 경주는 사극세트장을 지어달라고 한 적이 없다. 경주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경주에 사는 것이 자랑스럽도록 해 달라. 경주에 문화재 특별법을 만들어 달라. 국민 없는 국가가 없듯이 국민 없는 문화재도 의미가 없다. 문화재도 국민이 만들어 낸다. 세월이 지난다고 흔적 없는 신라목재건물이 고증이 되겠는가. 지금 우리의 삶도 50년 100년이면 문화재가 된다. 물질과 재화보다는 사람이 우선이다. 나는 땅을 치고 통곡하며 경주시민에게 고한다. 우리도 사람을 키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