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火)'과 '술(酒)'은 애초부터 신(神)의 고유한 재물이다. 전설에 의하면 신이 소유했던 불과 술을 인간이 빼앗아 갔다고 한다. 그래서 신에게 위로를 드리기 위해 향제를 올릴 때 '촛불'을 밝히고 술을 전수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불은 열과 빛 그리고 불꽃을 발하면서 스스로 자신의 몸을 태우고, 녹고 사그러져 희생한다. 촛불은 여러 의식에 다 쓰이는 요소로 불전, 성당, 교회에서도 중요한 예물처럼 반드시 상단에 위치한다. 경건의 의미가 한층 돋구어 마음의 자세를 가다듬고 정성을 모은다. 촛신은 불에 녹아지고 헌신의 보답으로 불이 황황히 빛나고 있다. 전신(全身)이 이토록 완벽하게 불의 질료(質料)인 건 다시없다. 촛불은 자신의 몸인 초를 태워 사람을 위해 어둠을 밝힌다. 어두워지면 사람들은 빛을 그리워한다. 그래서 촛불은 '희생(犧牲)'과 '헌신(獻身)' 그리고 '봉사(奉仕)'를 의미한다. 학창시절부터 익히 알려진 시조 가운데,  "방안에 켰는 촛불 누구와 이별하였건대 / 겉으로 눈물지고 속 타는 줄 모르는고 / 우리도 저 촛불 같아야 속 타는 줄 모르노라" 우리는 촛불을 켜면서 희생정신을 배운다. 희생이란 자아를 보다 더 높은 지위에 있는 어떤 자에게 친절하게 복종시키는 일이지, 결코 인간의 정신적, 도덕적인 자아를 주장하는 일은 아니다. 그 무엇 한가지 때문에 제 것을 송두리째 바쳐서 없이 하는 것이 희생이다. 철학자 니체는 "선행을 위해서는 싸움을 희생하고, 선전(善戰)을 위해서는 목숨도 희생한다"고 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아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성구가 바로 희생정신이다. 자신의 몸을 소모시켜 남에게 이득을 끼치는 촛불은 바로 헌신이다. 헌신은 몸과 마을을 바치어 있는 힘을 다하는 것으로 고귀한 생명과도 같다. 사람은 누구나 헌신적 생활을 바라고 원하지만, 그러나 그 헌신은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전체와 남을 위한 헌신이여야 한다. 촛불은 자기 몸을 사르고 줄이면서 사람에게 봉사하는 '전령사'의 의무를 수행한다. 봉사는 남을 위하여 자신을 돌보지 아니하고 애쓰는 눈물이다. 꿀벌이 다른 동물보다 월등한 수고를 인정하는 것은 부지런하기 때문이 아니고, 다른 자를 위하여 일하기 때문이다.  성자 슈바이처는 "생애의 외경(畏敬·존경하고 두려워 함)의 윤리는 자기 위주의 모든 인간과 운명에 관심을 가지고 인간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으면 인간으로서 봉사하라"고 한다. 물질을 사랑하면서도 물질에 얽매이지 않고 그 물건에 아름다움을 입히는 것은 위대한 봉사적 행위다.  모든 것이 사랑의 옷을 입힐 수 있는 마음만 가진다면 이것은 진실한 생활이며 봉사정신의 핵심이다. 최고의 정치의 신념은 자유도, 평등도 아니고 오로지 국민을 위한 봉사이다. 영국의 속담에 "한 사람이 벽에 못을 박으면 딴사람은 그 못에 모자를 건다" 조그만 한 수고가 남을 위한 정신이 우리 사회가 가장 바라고 실천하고픈 예지이다 남이 나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바를 남에게 해 주어라. 많은 사람에게 봉사하는 사람은 아무에게도 임금을 받지 못한다. 바늘은 사람에게 따뜻한 이불과 옷을 입게 하나 자신은 언제나 알몸이다.칭찬의 극치는 촛불처럼 희생, 헌신, 봉사 속에 잠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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