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에서도, 검찰조사에서도 부인하던 이들이 헌재와 특검에서 말을 바뀌기 시작했다. 모든 국정농단의 중심에는 최순실이 있었고 최순실이 국정을 농단할 수 있도록 해준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이었다는 점을 서서히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수석비서관과 부속실을 지켰던 '문고리'도 그런 취지로 말했다. 또 최순실과 줄을 이어 국가의 정무직 공무원에 올랐던 이들도 이제는 사건의 모든 진실은 최순실과 대통령으로 모아진다는 것으로 진술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 같은 현상은 더 이상 판세를 뒤집을 수 없을 만큼 이번 국정농단 사건의 전모가 확연하게 드러났기 때문에 자신들의 형량이이라고 낮추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자기 고백일 수도 있다.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들은 이들의 진술이 또 거짓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도대체 어느 것이 진실이고 어느 것이 거짓인지 모호한 상황에서 말의 성찬은 특검과 법정을 뒤흔들고 있다. '법꾸라지'라고 일컬어지며 50년 동안 바뀌는 정권마다 말을 갈아타며 권세를 누렸던 김기춘 전 실장이 수갑을 찬 채 엉거주춤하게 특검 조사를 받으러 출두하는 모습을 보면서 '화무십일홍'이라는 진리가 실감 났다. 대통령의 여자로 불리며 신데렐라 취급을 받았던 조윤선 장관의 화장기 사라진 얼굴을 보면서 이 정권에서 승승장구하던 한 여성 정치인이 속절없이 몰락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지껏 거짓말로 버티며 시간 끌기를 하는 이들은 딱 두 사람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이다. 이들의 범죄혐의는 이미 충분한 증거와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에 거짓말을 하든, 출두를 거부하든 헌재의 탄핵 인용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기적을 바라고 있다. 헌재에서 탄핵이 기각되면 다시 정권을 되찾을 것이며 그동안 자신을 모함했던 부류와 촛불을 든 국민들과 한 바탕 힘겨루기를 할 태세다. 정말 두려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 민족 5천년 역사 속에 가장 수치스러운 순간이 바로 지금이라는 역사의 진실을 피해가지 못할 것이다. 이상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