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첫 인사청문회인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첫날 인사청문회가 24일 오전10시 국회 제3회의장(본관 245호)에서 열렸다. 이 후보자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이 후보자의 배우자가 1989년 3월~12월 강남 논현동에서 실제 거주한 것이 맞냐고 묻자 "실제로 거주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위장전입이라는 지적에 "그렇다"고 시인했다. 아내가 당시 강남 학교에 배정받기 위한 것이었지만 배정받기 전에 포기했다고 했다. 그는 "여자 몸으로 고교에서 교편을 잡다보니 힘이 들어났다 보다. 그쪽이(강남쪽 학교가) 조금 편하다고 했다"며 "몹시 처참하다. 왜 좀더 간섭을 하지 못했나 후회도 된다"고 했다. 오후 질의에서 자유한국당 박명재의원이 "위장전입은 주민등록법 제37조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추궁하자 (부인의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 "몹시 처참하다"며 "제가 왜 좀 더 간섭하지 못했던가 하는 후회도 되고 아주 어리석은 생각에 그런 일이 저질러졌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아들의 병역 면제 의혹에 대해서는 "(2002년 대선) 당시 저는 여당이(한나라당) 아니라 민주당 대변인으로서 병역비리를 공격하는 입장이었다"며 "만약 제가 흠이 있었다면 한나라당에서 저를 내버려 두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병역면제 판정이 2002년에 있었고 그 뒤 치료를 받고 재신검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며 "그 뒤에는 뇌하수체 종양이 발견돼 목숨을 건 뇌수술을 했다. 그건 사후관리가 필요하다. 그래서 재신검을 포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새누리당 정태옥 의원이 '아들이 군대에 가고자 할 의사가 없었던 게 아니냐'고 추궁하자 "답할 시간을 주겠나"라면서 적극적으로 해명하기도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책임총리제를 논의한 것과 관련 "인사권을 가진 책임총리 논의는 없었다"고 했다. 헌법상 규정된 국무총리의 내각 제청권, 해임건의권 이외에 별도의 권한을 문 대통령에게 요청하지 않았고, 본인 스스로도 그런 뜻이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헌법에 국무총리 제청권이 있는데 이를 대통령의 인사권과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포괄적 인사권에 포함된다고 보고 총리가 이를 적극 행사하는 게 맞다"고 당부했다. 제2국무회의 신설 방안에 대해 "현 단계 생각에서는 제2국무회의라는 것은 헌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라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국무회의라는 명칭을 쓰긴 그렇고 중앙지방협의회라는 이름으로 별도 특별법 만드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규제프리존특별법 처리에 대한 입장을 묻는 김용태 바른정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서는 "당과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각종 현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사드(THAAD) 배치와 관련한 입장을 묻자 "총리 후보자가 찬반을 직접 말하는 것은 주제 넘는 일"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정윤회 문건 사건 재수사나 4대강 사업 재감사를 지시한 것에 대해서는 "많은 국민이 문제가 있다고 보면 깨끗하게 정리하는 것이 정부의 의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또 한·일 위안부 합의 과정상 문제가 있었는지 조사해볼 의향을 묻는 윤후덕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한번 알아보겠다"고 답했다. 양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불가역적·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명시한 것에 대해 "확대해석하면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이나 국제사회에서도 (논의가) 끝났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에 대해서는 2018년 이전에 검토할 뜻을 밝혔다. 그는 "법을 도입하면서 기대했던 맑고 깨끗한 사회에 대한 가치는 포기할 수 없지만 그 과정에서 과도하게 피해를 보는 분들이 생겨나선 안 되므로 양자 다 취할 수 있는 지혜가 있는지 검토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현대사의 주요 쟁점에 대해서 그는 '5·16'은 "군사정변으로 교과서에도 나온다"고, '유신 헌법'에 대해서는 "자유민주적 헌정질서에 위배되는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건국절'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는 "법률적으로나 헌법적으로나 건국절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후보자는 동아일보 기자 시절 자신의 칼럼에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이 나라의 위대한 영도자'라는 표현을 인용한 데 대해서도 "떳떳하지 않고 부끄럽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낙연 후보자는 1979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21년간 기자로 재직했다.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예전에 후보자들에게 횡행했던 고성과 모욕주기가 사라지고 시종일관 큰 소리 한 번 나지 않을 정도로 차분한 분위기에서 청문회가 진행됐다. 이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