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65)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이 법원의 추가 구속영장 발부 결정에 대해 "사법 역사상 치욕적 '흑역사'로 기록될 것"이라며 강도 높은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인 유영하(55·사법연수원 24기·사진) 변호사는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재판에서 변호인단 전원 사임 의사를 밝혔다. 유 변호사는 "재판부는 검찰의 추가 구속영장 발부 요청에 대해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라는 이유로 영장을 발부했다"라며 "박 전 대통령이 어떤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는 것인지, 인멸하려는 증거가 어디에 있는지 되묻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이 석방 후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을 회유하려 한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박 전 대통령이 어떤 방법으로 회유하려 한다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은 그동안 참 견디기 어려운 모멸감을 극한의 인내로 참아왔다"라며 "변호인들도 개인적 능력의 한계를 넘어서는 사건이지만, 이 사건이 지니는 역사적 중요성과 소명 의식에 성실히 임해왔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규정하고 있는 무죄 추정의 원칙과 불구속 재판이라는 대원칙이 힘없이 무너지는 것을 목도하면서 변호인들은 더 이상 재판 절차에 관여할 어떠한 당위성을 느끼지 못했다"라며 "어떠한 변론도 무의미하다는 결론에 이르러 사임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또 "변호인들은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과 피를 토하는 심정을 억누르면서 허허롭고 살기 가득한 이 법정에 피고인(박근혜)을 홀로 두고 떠난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법정 방청석에 앉아있던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도 이 대목에서 오열했다. 유 변호사는 변호인단 사임이 재판을 지연시키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점에 대해 "이에 대한 비난은 변호인단이 모두 감당하겠다"라며 "추가 영장 발부는 그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되지 않을 것이며, 사법 역사상 치욕적인 흑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유 변호사의 비난에 재판부도 즉각 반박했다. 재판부는 구속영장 발부에 대해 "어떠한 재판 외적인 고려 없이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사유를 심리해 내린 결정"이라며 "구속영장 발부가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유죄의 예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변호인단이 전부 사퇴하게 된다면 재판 자체를 진행할 수 없게 된다"라며 "새로운 변호인이 10만 쪽이 넘는 기록을 봐야하기 때문에 심리는 상당 기간 지연될 수밖에 없게 되고, 그렇게 된다면 그 피해는 박 전 대통령에게 돌아가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사건은 국민적 관심이 많은 사안으로, 실체를 밝히는 게 중요하다"라며 "사건 내용 등을 잘 알고 있는 변호인들이 사퇴하게 된다면 피해가 박 전 대통령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고, 국민에게 밝힐 실체 규명도 지체될 수밖에 없는 점을 신중하게 고려하라"라고 힘주어 말했다. 검찰도 "구속 영장 발부에 대한 변호인 측 주장은 타당치 않다"라며 "사임 의사 표명은 매우 유감스럽다"라고 비판했다. 재판부는 이날 더 이상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 오는 19일 재판을 다시 열기로 했다. 재판부는 변호인단에게 "박 전 대통령을 위해서라도 사임 여부를 다시 의논해 달라"라고 당부했다. 이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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