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으로는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 이후 24년 만에 8일 국회 연설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은 미국을 과소평가하지 말라"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북한 지도자에게 직접적으로 전할 메시지가 있어 왔다"며 사실상 이날 연설의 목적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을 향해 있음을 분명히 했다. 또 북핵 문제 해법과 관련해선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총체적 비핵화"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과거 북한의 도발 사례를 일일이 열거하며 "북한은 미국의 과거 자제를 유약함으로 해석했지만 이건 치명적인 오산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과거 행정부와는 매우 다른 행정부다. 오늘 나는 양국뿐 아니라 모든 문명국을 대신해 북한에 말한다. 우리를 과소평가하지 말고, 우리를 시험하지 말라. 우리는 공동의 안보와 공유하는 번영, 신성한 자유를 방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국가들이 힘을 합쳐 북한을 굴복시키기 위해 어떤 형태의 지원이나 용인을 부정해야 한다"며 "모든 국가들, 특히 중국과 러시아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완전히 이행하고 모든 것을 단절시킬 것을 바란다"고 중국 방문을 앞두고 중국을 향한 메시지도 던졌다. 또 김정은을 향해 여러 차례 '잔혹한 독재자'라는 표현을 써가며 신랄한 비판을 이어가면서 (북한에 여행 갔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귀국한 뒤 사망한 오토 웜비어를 의식한 듯) "북한은 낙원이 아니라 그 누구도 가서는 안 되는 지옥"이라며 "우리는 항상 폭군의 야심으로부터 우리 국민과 국민의 이해를 보호한다"고 역설하면서 "북한은 종교집단처럼 통치되는 국가"라면서 "군사적 이단 국가 중심에는 정복된 한반도와 노예가 된 한국인을 통치하는 것이 지도자라는 착란적 믿음이 자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25 전쟁 때부터 이어져 온 한미동맹의 가치를 여러 차례 강조하고 남북을 비교하면서 "한쪽의 한국에선 사람들이 스스로 삶과 국가를 꾸려 나가고 자유와 정의, 문명 성취의 미래를 선택했다"며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부패한 지도자가 압제와 파시즘의 탄압 기치 하에 자국민을 감옥에 넣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동시에 "북한의 범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나은 미래를 위한 길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도 말해 북한이 탄도미사일 개발을 중단하고 핵 포기에 나선다면 북한과 미국의 관계 개선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여 그동안의 강경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모양새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정된 시간보다 20분 늦은 오전 11시 20분쯤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해 당초 예정된 시간(20분)보다 긴 35분간 연설을 했고 여야 의원들은 연설 도중 20여 차례 박수를 치며 트럼프 대통령 연설에 화답했다. 한편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는 여야 의원들과 외교사절을 비롯해 550여명이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지켜봤다. 또 이날 새벽부터 경찰은 국회의사당 주변에 3중 철제 펜스를 설치해 경비를 강화했고, 국회사무처도 본청 2층 정문과 1층 후문을 제외한 모든 출입문을 폐쇄한 뒤 출입자 전원에 대한 철저한 검색을 벌였다. 이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