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아세안 정상회의 개막날 우리나라의 대(對) 아세안 비전을 전세계에 알렸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5년 임기 내에 아세안 관계를 한반도 주변 4대국(미국·중국·러시아·일본)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아세안 10개 회원국(태국·인도네시아·필리핀·말레이시아·싱가포르·브루나이·베트남·라오스·미얀마·캄보디아)을 방문하며 아세안 우호를 다지고 협력 폭을 넓히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마닐라 솔레어 호텔에서 열린 아세안기업자문위원회(ABAC)와 아세안 경제계인사 대상의 '아세안 기업투자 서밋 연설 2017'에서 이같은 내용의 '한국-아세안 미래공동체 구상'을 밝혔다. 문 대통령이 연설에서 밝힌 내용은 이날 아침 아세안 의장국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 주요 언론에 게재한 기고문 '한-아세안 협력 관계 : 사람 중심의 공동체를 향해'와 궤를 같이 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저와 우리 정부는 아세안과 더욱 가까운 친구가 되려 한다. 한반도 주변 4대국 수준으로 높이겠다"며 "그 첫번째 조치로, 취임 직후 아세안 주요국에 특사를 파견했다"고 운을 떼었다. 이는 성장 잠재력이 큰 아세안 협력을 강화해 우리나라 외교통상의 보폭을 넓히면서 4대국 중심의 외교 전략을 탈피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세안 협력을 통해 경제 성장을 꾀한다는 실리적 이유도 있지만 현재 한반도 상황을 헤쳐나가는데 아세안과의 든든한 유대가 절실하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그동안 우리나라 외교는 '4강(强)'으로 불리는 미국·중국·러시아·일본 관계에 큰 비중을 할애했다. 이같은 전략이 냉전 시대를 지나는데 유효하긴 했지만 점점 고조되는 한반도 정세의 해법을 모색할 때 검토할 선택지 또한 좁아진다는 맹점이 있었다. 더욱이 지난해 말 대북 강경 기조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되고,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일본 총리가 장기 집권 체제를 마련한 상황에서 4강 전략의 다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북한의 잇따른 핵미사일 도발뿐 아니라 중국과의 사드 갈등, 일본과의 역사 문제 등으로 한반도 주변 4대국 관계 설정이 복잡해지자 새 정부 외교 외연을 넓혀야한다는 목소리가 아세안으로 눈을 돌리게 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