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최근 유동성 위기설로 홍역을 치렀던 기업들이 또 다시 불똥이 튀지 않을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언론의 관심 자체에 대해 매우 부담스러워하며 말을 아꼈다. 지난 7월 말 4조 5000억원의 자구안을 발표했던 G그룹은 이번 사태의 파장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이번 일로 환율급등이 재현되면서 항공업의 추가 손실이 불가피한 상태이고 건설 부문의 계열사들 역시 건설 경기 침체로 뚜렷한 호전 기세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G그룹은 확실한 돈줄인 G생명을 매각할 것인지 아니면 상장 후 매각할 지를 놓고 여전히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G그룹 회장은 16일 고 박두병 두산 초대회장의 부인 명계춘 여사의 빈소에서 기자들과 잠시 만나 "(이번 사태는)금융 불안의 바닥에서 탈출하는 신호로도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한 것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신흥 S그룹의 경우 이번 사태와 관련해 그룹이 다시 주목을 받는 것 자체에 대해 불편한 반응을 보였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S그룹이 관심을 끌만한 회사냐. (그렇다면)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민감하게 보는 것이 좀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액으로 보더라도 올해 상반기 현재 자산은 23조, 매출 13조, 수주실적 17조, 세전 이익은 1조 정도에 이른다"고 자신감을 드러내 보였다. 지난달 미국 전선회사를 9000억원 가까이에 인수한 L그룹의 경우는 최근 자금 문제와 관련된 소문에 대해 다소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L그룹 관계자는 "인수한 미국의 S사 자체가 올해 좋은 영업 실적이 예상되는 탄탄한 기업일 뿐 아니라 L그룹이 보유중인 안양 공장(4만평)과 군포 공장(8만평) 부지만 하더라도 8000억원 가까이 되는 상황에서 자금력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L그룹 관련 주식은 대표적인 자산주로 꼽히는데 자금문제가 나올 이유가 없는데 이상하게 언급이 되고 있다"며 불쾌해 했다. D그룹은 명계춘 여사의 초상을 치르면서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최근의 위기설에 대해 적극 해명하는 태도를 보였다. D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번 일은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 부족에서 온 해프닝이었다"고 전제하면서 "두산 계열사들의 주식이 다른 주식들에 비해 올해 단기간 내 급등한 뒤 상대적으로 조금 더 빠지면서 초래된 문제였다"고 재차 해명했다. 이들 기업들이 M&A에 따른 자금력 소진에서 소문에 휩싸인 것과는 달리 M&A 실적이 없으면서도 비슷한 바람을 맞은 K그룹은 극도로 말을 아꼈다. K그룹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금융권은 긴장하겠지만 실제적인 투자를 하지 않은 기업들은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며 "K그룹이 당장 영향을 받을 상황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9월 위기설 당시 K그룹의 현금 보유력을 둘러싼 소문도 결국 특정 언론의 오보 때문에 빚어진 것"이라며 "현재 현금 자산과 관련된 수치도 매우 정상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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