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대를 넘겨 사업을 펼치거나 뜻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지는?고인이 된 한 그룹회장의 인생마감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삼성가의 󰡐業󰡑과 LG가의 󰡐和󰡑는 아직 그 완성 여부를 판단하려면 최소 한 세대는 더 지켜봐야 한다. 400년동안 12대에 걸쳐 만석의 농사를 일궈낸 경주 최 부자 집안의 여섯 가지 가훈은 1600년대에 만들어 졌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평범하면서도 절제된 현대 기업경영 윤리와 가치관을 담고 있다.   첫째, 과거를 보되 진사이상은 하지 말라. 둘째, 재산은 만석 이상을 모으지 말라. 셋째, 지나가는 손님을 후하게 대접하라. 넷째, 흉년기에는 남의 논밭을 사지 말라. 다섯째, 시집온 며느리는 삼년동안 무명옷을 입어라. 여섯째, 사방 백리 이내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이를 하나씩 곱씹어 보면 일맥상통하게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조 뼈, 관절, 인공심장, 장기이식의 발달로 인간 수명의 지속가능성은 놀라울 정도로 향상됐고 그래서 인간의 평균 수명이 백년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존경받는, 가치 있는 삶의 지속 가능성은 미해결 과제로 남아있다. 기업의 경우는 100년 이상의 무한적 지속이 일견 가능하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 수익력을 전제로 자신이 속한 산업 내에서 극심한 경쟁을 거치고 살아 남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내 외적 구조조정을 통해 이합집산 과정을 거치고 난 후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3개의 과점적 대형 기업들과 나머지 특화 기업들로 구성되는 효율성과 경쟁 강도간의 균형상태를 유지한다는 흥미로운 주장이있다. 인간이 인공 골절과 장기이식으로 수명의 연장이 가능하듯 기업도 외부에서 필요한 자원과 지식을 사올 수 있는 세상이다. 은행업종의 예를 들면 내로라 하는 컨설팅 회사들과 소프트웨어 판매 기업들로부터 신용평가 시스템, 위험관리 시스템, 고객관리 시스템 등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상품화된 자원과 지식을 수혈받아 동일한 효율성을 확보하면 경쟁 기업들간 우열 구분이 없어 지고 모두 공존할 수도 있을 텐데 왜 현실은 이를 허용하지 않을까? 상품화가 불가능한 조직문화가 그 이유이다. 내부화된 불문율, 규범, 전통, 근성, 기질 등으로 구성되는 조직문화는 건전한 상업성에 기반을 둔 지속 가능한 우량 기업들과 그렇지 못한 나머지를 구분짓는다. 마늘 먹은 정충 꼬리같이 강인하면서도 양질의 우성적 문화가 감기약에 취한 열성인자를 지배하는 것이 조직 안밖의 자연법칙이다. 이질적 조직간 병합과 외부 수혈을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한 세대교체를 생활화하는 끼(氣) 있는 조직문화가 기업의 장기적 지속 가능성의 필요 조건이라면, 더불어 삶을 염두에 둔 근검, 절제, 사회봉사는 이의 충분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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