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간 친자의혹 등으로 퇴진 압박을 받아온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21일 전격 사퇴했다. 지난 16일 중앙종회에서 불신임 결의안이 통과되고 22일 원로회의에서 총무원장 불신임 결의 인준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하루 앞둔 시점이다. 설정 스님은 이날 오후 1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로비에 마련된 단상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산중으로 돌아가겠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 자리는 총무원장으로 당선된 지난 10월 올해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공동체 화합을 이루겠다”고 밝힌 그 자리이기도 하다. 설정 스님은 사퇴의 변을 통해 현재 한국불교가 처한 위기상황을 진단한 뒤 앞으로 후학들이 사사로운 감정을 내려놓고 불교개혁에 매진해줄 것을 당부했다. 자신이 여론의 뭇매로 인해 물러나지만 종단이 변해야 한다는 의지는 강하게 드러냈다.설정 스님은 “소납은 오로지 부처님 제자로서 한국불교 개혁을 위해 마지막 여생을 보내겠다는 생각으로 총무원에 왔다. 1994년 종단개혁을 통해 이루지 못한 것들을 이루기 싶었기 때문이다”면서 “주변 만류에도 불구하고 청정승가를 구현해달라는 많은 사람들의 요청에 의해 총무원장직을 수락했다”고 말문을 열었다.이어 “오늘날 종단은 국가체제를 모방한 선거제도로 인해 위계질서와 장로정신이 무너지고 화합이 깨져버리고, 1700년 역사 속에서 국민과 고락을 함께해온 호국불교의 도도한 흐름을 지켜내고자 했지만 금권화, 정치화, 세속화 된 종단 현실은 너무도 비참하고 혼탁하다”면서 “종단의 뿌리 깊은 폐해를 돌아보고 청정승가 구현을 통해 개혁하고 싶었다”고 밝혔다.또 “스님들은 절대로 생활인으로 전락해선 안 된다”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참선이든 염불이든 봉사든 실천하며 살아야 한다. 실천하지 않는 자는 수행자가 아니다”며, 특히 총무원장직을 수행하며 느낀 한국불교의 병폐, 앞으로 나아가야할 길을 역설하기도 했다. 설정 스님은 자신을 둘러싼 친자 의혹 또한 사실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분명히 이 자리에서 말하지만, 그런 일이 있다고 한다면 여기 나오지 않았다”면서 “나름대로 일생동안 치열하게 대중과 함께 생활하며 나를 드러내고 살았다”면서 “평생을 절집에서 살아온 저의 말은 진실로 믿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얘기는 진실로 듣고 그대로 받아들이고 여론화했다”면서 “적어도 내가 당사자인데 나한테 한마디 들었어야 한다”며 일부 언론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그러면서 “거짓 언론에 수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입고 있다. 앞으로는 이런 것도 진실되게 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기자회견을 마친 설정 스님은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은 채 조계사 대웅전과 극락전에서 부처님전에 3배의 예를 올렸으며, 총무원청사 앞으로 이동해 자신을 배웅하러 나온 종무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뒤 수덕사로 떠났다. 총무원장 취임 10개월 만이다.
조계종 총무원은 이날 총무원장 권한대행인 진우 스님의 명의로 특별 담화문을 발표했다. 특별담화문에서 진우 스님은 "한국불교의 명운이 풍전등화에 놓였다”며 “ 종단의 안정과 화합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