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 경북도지사가 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2회 대통령·전국 시도지사 회의에 참석, "지방에도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는 힘과 수단을 달라" 며 수도권 규제완화에 버금가는 지방발전대책을 강력히 주문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 5월 2일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제1회 시·도지사 회의에 이어 7개월 만에 열리는 '대통령-시도지사 정례회의' 로, 지방발전 대책과 함께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방안 등에 대한 종합적인 논의가 이루어졌다.
특히 이 자리에는 한승수 국무총리,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최상철 국가균형발전위원장 등 정부 측에서도 대거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대통령의 인사말에 이어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지역발전방안에 대한 기조설명과 시도지사 및 각 부처 장관들 간의 토론 순서로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 김 지사는 G20 금융정상회의와 페루 APEC 정상회의 등 대통령의 해외 순방 성과에 대한 축하를 전했다.
이어 김 지사는 "수도권 규제완화는 국가 경쟁력 강화측면에서 불가피한 면이 있지만 지방균형발전에 어려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지방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선(先)대책 마련 후 수도권 규제 완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회의에서 밝힌 김 지사의 주장은 ▲권한의 지방이양과 지방규제 완화 ▲지방세제 개편과 지방재정 확충, ▲국책사업·SOC의 지방우선 투자 제도화 ▲비수도권 투자기업 등에 대한 차별적 인센티브의 제공 ▲낙동강 물길 살리기 등을 통한 지방경기 활성화로 요약될 수 있다.
김 지사는 먼저 시 전체면적의 40%가 댐 주변지역 규제를 받고 있는 안동시의 사례를 들면서, 규제는 수도권만이 아니라, 농지와 산지가 많은 지방에 더 많이 중첩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그는 최근의 개발제한구역·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 등 수도권에 편중된 규제완화는 분명한 잘못이라며, 지역개발 권한은 현장중심으로 과감히 이양하고, 비수도권의 개발제한구역과 군사보호시설을 우선적으로 대폭 해제해 줄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지방세제 개편과 지방재정 확충과 관련해 김 지사는 자립도가 30%도 안 되는 지방재정으로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지방 스스로 경제를 꾸려갈 수 있도록 불합리한 지방 세제를 이번 기회에 획기적으로 고쳐 달라고도 말했다.
이를 위해 특히 지방 소득세·소비세를 조속히 도입할 것과 지방교부세의 법정 교부세율도 2%이상은 올려 달라고 강조하고, 지방의 동기부여를 위해서 지방이 유치한 기업 등의 국세는 지방재원으로 이전해 줄 것도 함께 건의했다.
김 지사는 국책사업 및 SOC의 지방 우선투자 제도화 문제에 대해 경부선, KTX, 인천공항 등 모든 길이 수도권을 통하도록 돼있는 현재의 SOC 체계와 지방의 3.5배가 넘는 수도권의 단위 면적당 SOC 비중이 개선되지 않고서는 지방에 희망이 없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규제완화로 민간투자가 몰릴 수도권과는 차별화해, 국책사업과 SOC 등의 지방 우선투자제도를 만드는 한편, 지방의 '선(先)투자 후(後)수요창출'의 정책적 배려를 건의했다.
김 지사는 비수도권 기업에 대한 상속세 및 법인세의 감면 등 비수도권 투자에 대한 차별적·획기적 인센티브도 제공해야 한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밖에 경북도의 지방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현안사업으로 경주 양성자 첨단산업특구개발, 울릉 일주도로 미개통 구간 개설, 한우 경쟁력 강화 특별대책 추진, 동남권 신공항 건설, 첨단의료클러스터 조성 등에 대한 정부의 도움을 요청했다.
이날 김관용 경북도지사, 김범일 대구시장 등 시도지사들은 공통사항으로 ▲비수도권 지원을 위한 약 200조원 규모의 지역발전기금 및 특별회계 설치 ▲지방으로 이전하는 수도권기업에 대한 과감한 조세지원 등 인센티브 제공 ▲지방소득·소비세의 조속한 도입 ▲지방의 뉴타운개발에 필요한 기반시설비의 50% 이상 정부지원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해소를 위한 정부의 지원 등을 건의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 영남권 5개 시도지사들은 한목소리로 낙동강 등 4대 강 정비 사업을 조속히 착수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시했다. 또한 내년 세수개편때 시ㆍ도지사들이 더 큰 재량권을 가질 수 있도록 지방 세수 제도 변경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도 밝혔다.
정부는 시도지사 의견 수렴 등의 절차를 거쳐 내주 지방균형발전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종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