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 제8호 경주 사천왕사 터의 가람 배치가 확인됐다. 그동안 모습을 드러낸 통일신라시대의 사찰 중 가장 빠른 연대의 건축물 가람배치가 밝혀졌다.
경북 경주 배반동 사천왕사는 통일신라 초기인 문무왕 19년(679)에 창건된 절이다. ‘삼국유사’에는 ‘문무왕 시절에 당나라와 전쟁을 하던 신라가 명랑법사의 건의로 낭산(狼山) 남쪽 신유림(神遊林)에 도량을 세우고 문두루비법(文豆婁秘法)을 행해 당나라 군대를 크게 물리쳤다’는 기록이 있다. 사천왕사가 호국사찰뿐 아니라 밀교사찰 구실도 했던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소장 지병목)가 2006년부터 계속해온 발굴조사에서 동탑지, 동·남 회랑지, 중문지, 추정단석지(불교의례를 행하는 장소) 등이 드러났다. 사천왕사지는 목탑 2기가 배치된 쌍탑식(雙塔式) 가람 형태다. 앞서 밝혀진 신문왕 2년(682)에 창건된 감은사의 가람형태와 비슷하다.
구체적으로, 남회랑(22칸)의 중앙에 중문(3칸×2칸)이 있다. 이 중문과 금당(5칸×3칸), 강당이 남북으로 1렬 모양이다. 금당의 양측에 목탑이 세워져 있고 금당과 동·서 회랑(31칸)을 익랑(9칸)이 연결하고 있다. 강당의 우측에서 감은사지와 같은 장방형 건물지가 확인됐다.
사찰의 중심건물인 금당과 목탑의 기단은 강돌과 토사를 한 겹씩 교대로 다지면서 쌓은 특이한 구조로 축조돼 있다. 토사만 여러 차례 반복해 기단을 조성하는 백제의 판축기법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 밖에도 섬세하고 생동감 넘치는 인물이 표현된 녹유전(綠釉塼) 3종도 확인했다.
경주문화재연구소는 “발굴조사 결과는 당시의 건축과 미술은 물론, 한국 사찰 구조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자료”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