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가 지난 11월부터 단종된 에쿠스 울산 2공장 생산라인 직원 498명에 대한 전환배치에 합의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노동조합을 거느린 현대차로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단일 생산라인으로서는 전환배치 자체가 현대차 역사상 최초의 일이기 때문이다. 노조도 최근의 불황이 사측과의 대립각을 세우는데 전력을 기울일 수 없을 만큼 위기감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이를 용인한 측면이 크다. GM이나 크라이슬러, 포드와 같은 미국의 ‘빅3’마저 무너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대로 간다면 현대차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에 생각이 가 닿았기 때문이다. 절박함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를 증명하듯 현대차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국내외 판매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자동차산업 환경 변화에 대응한 생산유연성 확보와 경쟁력 강화의 계기로 삼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앞서 현대차 노사는 지난 9일 울산공장 본관2층 회의실에서 열린 노사공동위원회에서 에쿠스 단종에 따른 여유 인력에 대한 처리 문제를 놓고 고민을 거듭했다. 결국 최종 221명에 대해 업무특성과 해당 직무를 고려해 각 공장에 전환배치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현대차 노사는 에쿠스 단종에 따른 전체 조합원 498명에 대한 배치전환을 모두 끝냈다. 노조의 합의 없이는 해결되기 힘든 일이 단 시간에 결정된 것이다. 이는 지난 여름 벌여졌던 파업과는 분명 다른 모습이다. 절박한 심정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현대차의 이번 전환배치는 단일사례로는 가장 큰 규모다. 노사 모두 이번 조치에 대해 생산유연성 제고와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들었지만, 속내는 불안한 미래가 자리하고 있다. 앞서 에쿠스부는 올해 1월 1차로 183명이 제네시스 생산라인으로 전환 배치됐다. 이후 단종된 지난달 2차로 94명이 다른 공장에 배치됐다. 현대차 노사는 그동안 생산 인력의 전환배치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러다 2005년 노사협상에서 전환배치에 대한 기준이 마련되면서 전환이 수월해진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노조의 합의 없이는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05년 합의 당시 전환배치 희망자가 필요 인력보다 적을 경우 사실상 인력을 분산해 투입하는 것은 할 수 없었다. 때문에 그동안 산발적으로 전환배치가 있었지만, 이번처럼 단일 생산라인 전체인력을 전환배치 하는 것은 유래가 없다. 이를 들어 업계에서는 현대차 노사의 이번 조치가 생존경쟁이 치열한 전 세계 자동차 업계의 상황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로 보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회사 관계자는 “무한 경쟁 체제로 돌아선 세계 자동차 업계는 이미 다양해진 고객의 욕구와 자동차 산업의 급격한 환경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탄력적인 생산시스템 구축과 생산인력의 배치전환 등 생산유연성 확보를 가장 중요한 관건으로 여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조치도 노사 모두 살아남기 위한 ‘극단의 조치’라는 것이다. 또, 내년에 에쿠스 후속 모델인 VI(프로젝트명)가 나오면 그에 맞춰서 노사 합의를 거쳐 라인을 다시 구성하면 되기 때문에 이번 조치는 노사 모두 큰 부담이 없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합의는 생산 유연성을 높여 글로벌 경제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데 노사가 함께 노력해 간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소형차 수출 확대를 통해 위기극복에 나서기 위해 노사가 힘을 모아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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