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의회가 비회기 기간 중 의회를 방문하는 민원인을 직접 시의원들이 만나 고충을 해결하는 등 공백없는 의정활동을 펼치겠다며 도입한 ‘의회 민원상담실 근무제도’가 있으나 마나 한 것으로 드러나 실효성이 의문시 되고 있다.
3일 경주시의회에 따르면 지난 1999년 6월부터 의원들이 시민들의 고충이나 민원사항을 직접 듣고 해결하기 위해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위해 경주시의회는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한 평일마다 의원 19명(의장·부의장 제외)이 순번을 정해 의원들이 직접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일 근무를 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 대부분이 이 같은 제도가 있는 줄 모르는데다, 민원상담을 위해 의회를 찾더라도 의원들이 부재중인 경우가 많아 대폭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기자가 지난 2일과 3일 이틀에 걸쳐 의회를 방문했지만, 두 차례 모두 당직 의원을 만날 수 없었다.
지난 2일 의회 민원상담실 근무자였던 이만우 의원은 지역구 의정활동을 이유로 이날 오후부터 자리를 비웠고, 3일 근무자였던 이철우 의원은 경주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신년교례회 참석을 위해 오전 시간 의회에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의회 민원상담실 근무자로 배정받고도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많기는 다른 의원들도 마찬가지.
경주시의회가 공개한 지난달 의회 민원상담실 근무자 명단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31일까지 한영태·이동협·최덕규·김승환·엄순섭 의원 순으로 민원상담실 근무를 배정받았지만, 이들 의원 대부분이 근무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경주시의회가 지난 2018년 한 해 동안 접수한 민원 상담 건수는 고작 30건으로 월평균 2.5건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접수된 민원 30건 중 20건은 집행부인 경주시 주무부서에 이관됐고, 실제 의원면담 등 시의회가 직접 나서 처리한 민원 건수는 10건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경주시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열린시장실’의 소통24시를 통해 접수된 민원은 330건이었고, 또 같은 기간 경주시 시민봉사과에 접수된 고충민원은 170건으로 집계됐다.
경주시의회가 운영하고 있는 ‘의회 민원상담실 근무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것을 짐작케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지역 정치권도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긴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 경주시지역위원회 임배근 위원장은 “주민의 의견과 민원 해소를 위해 민원상담실을 운영하는 것은 주민의 대의기구인 시의회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며 “이 제도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와 함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