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고령군에서 청동기시대 새겨진 것으로 추정되는 암각화가 발견됐다. 고령 대가야박물관(관장 신종환)은 고령 운수면 봉평리 순평마을에서 발견한 암각화 유적을 주변정리와 내용 조사과정을 거쳐 18일 공개했다. 암각화는 운수면사무소가 있는 봉평리에서 대평리로 향하는 순평마을 동편에 형성된 해발 220m 높이의 야산 서편능선 사면의 끝자락에서 문화유적 지표조사를 하던 박물관 학예연구실팀에 의해 지난 10일 발견됐다. 박물관 측은 암각화가 "순평마을 주변에 청동기시대 석기 제작장 유적이 위치하고 지석묘와 다수의 암각유적이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일대에서 청동기시대의 대규모 취락을 형성한 석기제작을 전문적으로 수행했던 집단에 의해 조성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견된 봉평리암각화는 기존 암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문양 형태가 새겨져 있는 등 국내 선사시대 미술과 신앙 및 제의 등과 관련된 새로운 자료를 제공하는 의미 있는 자료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박물관 학예연구팀은 "국내 암각화의 그림내용이 양전동형암각화라고 불리는 신면형(神面形), 혹은 검파형(劍把形)이 대부분이었지만 봉평리암각화는 다른 형태의 새로운 것으로 국내 암각화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계기를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암각화에는 여러 점의 마제석검(磨製石劍)과 함께 비파형동모(琵琶形銅矛)를 함께 표현한 것으로 보이는 그림도 발견됐다. 이는 청동기시대의 청동기와 석기를 함께 묘사한 최초의 암각화로 자연암면에 새로운 형태로 표현해 석검과 청동기와의 관계 검토에 실마리를 제공해 주는 자료로서 가치가 높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암각화에는 암각화의 제작시기를 알려주는 중요한 단서도 나타나 우리나라 암각화의 계통과 성격에 대한 새로운 연구가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청동기시대에 석기를 제작할 때 생기는 부산물인 돌날 박편들이 암각화가 그려진 바위면을 일부 덮고 있어 암각화의 제작시기를 층위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한국 암각화 연구에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로 남아 있던 암각화의 편년문제를 해명할 수 있는 최초의 자료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박물관 측은 마지막으로 "특히 암각화에는 기존 암각화에서 찾을 수 없는 최초이자 독특한 사례가 다수 발견돼 보다 다양한 성격 규명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면서 "향후 주변 지역에 대한 정밀조사와 석기제작과 관련한 제의행위 등 암각화의 성격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발견으로 지금까지 고령군 지역에서는 양전동암각화(보물 제605호)를 비롯해 안화리암각화(경북도 기념물 제92호), 지산동30호분 개석암각화 등이 잇따라 발견되는 등 단일 시군 지역으로는 가장 많은 암각화유적이 분포된 지역이 됐다. 이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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