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 세브란스병원이 존엄사 인정 판결에 대해 대법원에 '비약 상고'하겠다고 밝힌데 대해 환자측이 18일 거부의사를 나타냈다.
환자측으로부터 모든 권한을 위임받은 법무법인 해울은 이날 "헌법이 정한 3심제도를 통해 환자의 권리를 보장받겠다"며 세브란스병원이 전날 제기한 비약상고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해울은 "세브란스병원은 존엄사에 관련된 입법이 없는 상태에서 1심 판결이 내려졌기 때문에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로 비약적상고 결정을 내렸지만 이는 우리나라의 사법제도를 이해하지 못한 판단"이라며 "1심 판결이든 상급법원 판결이든 헌법에 신분이 보장된 판사가 헌법과 법률의 양심에 따라 한 결정이므로 그 가치는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병원은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비약상고를 하겠다고 했지만 환자의 건강상태를 고려할 때 상고심 이전에 사망할 가능성이 높은데 단지 몇 개월의 단축이 무슨 소용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또 "병원은 항소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비약상고를 하겠다는 모순된 주장을 하고 있다"며 "진심으로 환자와 보호자의 고통을 최소화하려면 지금 당장 항소를 포기하고 인공호흡기를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존엄사 관련 환자측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해울 신현호 변호사는 이날 오후 1시부터 변호사 5명과 내부 회의를 거친 결과 비약상고를 거부하는 것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신 변호사는 "세브란스측으로부터 어제 '당신들 도와주기 위해 비약상고를 결정한 것이니 환자측을 잘 설득해 이에 동의해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며 "일부 변호사들의 반대가 심해 결국 2심으로 가서 정면 승부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28일 서울서부지법 민사12부(부장판사 김천수)는 식물인간 상태인 김모씨(75·여)의 인공호흡기 사용을 중단해 달라며 자녀들이 병원과 담당 의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고 싶다'는 환자 본인의 뜻에 따라 호흡기를 떼라"고 결정했다.
세브란스병원은 그러나 "존엄사에 대한 대법원의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며 항소 없이 바로 대법원의 판단을 받는 비약적상고 결정을 내렸다.